한밤중 찜질방에 나타난 중학생 100여명, 알고보니

조채원 / 2020-07-17 15:54:30
진학 시험 앞둔 중학생 116명 찜질방 바닥서 재워
900위안 비용 걷은 학교측…中 누리꾼 "터무니없다"
중국의 한 온천호텔의 찜질방에서 100여 명의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자고 있는 모습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알고보니 이들은 고등학교 입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원정'을 온 한 중학교의 학생들이었다. 사흘간 중요한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숙소에서조차 머물지 못한 셈인데, 이들은 심지어 이 '원정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교 측에 1인당 900위안(한화 15만5000원)의 참가비까지 냈다.

논란은 한 누리꾼이 올린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지난 14일, 한 누리꾼은 13일 저녁으로 추정되는 시각 안후이(安徽)성 류안(六安)시 징잉(菁英)중학교 학생 116명이 찜질방 3개 구역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의 동영상을 SNS 등에 올렸다. 안후이성의 고등학교 입시 시험 일정은 14일부터 16일까지다.

▲ 시험 전날로 추정되는 밤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학생들의 모습. 다닥다닥 붙어서 누워있다. [하오칸스핀 캡처]

특수목적고나 자립형 사립고 등 일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입시를 치르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성·시별 일제고사를 본다. 이를 중카오(中考)라고 한다. 시험 일정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6월 중순경에서 7월 1일 이전에 시행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적으로 중카오가 미뤄졌고, 7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치러질 예정이다.

중카오 역시 학생들에겐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 중 하나다. 가오카오 점수가 높아야 명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것처럼, 중카오 점수가 높아야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문고등학교를 가야 명문대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베이징 외 지역의 일반 고등학교 출신 학생이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에 진학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정말 잘 해봐야 한 학교에 한명이 나올까 말까다. 그러나 2019년 기준, 안후이성의 명문고등학교로 손꼽히는 허페이(合肥)1고등학교에서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합격한 학생 수는 32명에 이른다.

딱딱한 바닥에서 몸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잠을 청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이 삽시간에 논란이 되자 징잉중학교는 지난 15일 '중카오 참가 학생들 숙소 문제에 대한 통보'를 공지했다. 통보는 "류안시 교육국의 시정조치에 따라 14일 정오 이전 인근에 있는 여관 2곳으로 숙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징잉중학교는 통보에서 학생들에게 징수한 900위안의 비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학교 측은 숙식비(1일 200위안), 교통비(인당 90위안), 졸업기념책자(90위안), 시험에 필요한 용품(13위안) 비용의 명목으로 해당 비용을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모든 학생들에게 900위안 중 200위안을 환불할 것이며, 졸업기념책자와 시험용품 역시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누리꾼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중학교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애초에 책정한 900위안의 비용 역시 터무니없다. 일반적인 숙소도 하루 100위안 선이면 예약할 수 있다. 학교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니 교통비 역시 50위안 정도면 충분하다. 분명히 엄청나게 남겨먹었을 거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돈 걷을 궁리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학생들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데 돈만 돌려주면 다냐. 왜 교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냐"며 학교 측의 후속 조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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