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째 물고문 겪는데…뉴딜서도 잠겨버린 '반구대암각화'

김잠출 / 2020-07-15 15:12:00
한국판 뉴딜에 '울산권 맑은 물 대책과 암각화 보존방안' 빠져
49년째 침수 반복…풍화작용에 암각화 표면 23.8% 이미 훼손
▲ 최근 울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49년째 물고문 중인 국보285호 울주대곡리반구대암각화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가 울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또다시 물에 잠겼다. 비로 인한 침수는 2019년 9월 이후 10개월만이다. 반구대암각화는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 문명대 교수가 발견한 이후 49년 동안 어김없이 '물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암각화 바로 아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는 50~60m인데, 암각화 바위면은 53m일 때 침수가 시작돼 57m가 되면 완전히 잠긴다.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 바로 아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가 지난 14일 오전 10시를 기해 암각화 침수의 마지노선인 53m를 넘어섰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53.07m를 기록했고, 비가 완전히 그치더라도 지류의 빗물이 댐으로 모여들어 사연댐 수위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 한국판 뉴딜에 보존방안 빠져 '허탈'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길 무렵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켜 울산권 맑은 물 공급과 함께 반구대암각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이날 울산에서 같은 약속을 공언했다. 하지만 울산시의 전략은 좌절됐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이나 유네스코 등재 및 맑은 물 공급 약속은 20년째 도돌이표처럼 말의 성찬만 반복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1965년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으로 인해 물에 잠겼다가 노출되기를 거듭하면서 풍화작용으로 인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2005년 상류에 대곡댐을 만들면서 암각화의 침수 기간과 빈도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2010년 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구대 암각화의 표면 23.8%가 이미 훼손됐다.

 

암각화가 그려진 암석은 점토가 굳어 생성된 셰일로 물과 바람에 취약하다. 침수가 반복될수록 광물이 녹아 구멍이 나거나 그림이 그려진 일부 암석이 떨어져 나간다. 또 물이 빠지면서 암면이 함께 부스러지고 물 흐름(유속)에 의해 암면에 충격을 가하게 된다. 현재 암각화 상태가 얼마나 훼손됐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 9월쯤 나올 것

정부는 반구대암각화 보전과 맞물려 있는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을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환경부가 도출한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에 대한 울산 경북 구미시 등 영남권 지자체간의 합의가 관건이다.

정부도 당초 지자체간의 합의를 이끌어 내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을 이달 발표하려 했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숙의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기한 것이다.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이 확정되면, 사연댐은 영구적인 수위조절 시설을 하는 대신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의 물을 끌어와 울산의 부족한 식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영구수위조절은 사연댐 여수로 일부를 잘라내, 그 자리에 수문을 설치하고 댐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이다.

KPI뉴스 / 김잠출 객원 기자 kj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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