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기획 '코로나 이후'⑧] 코로나가 앞당긴 유통혁명…무인택배 '성큼'

남경식 / 2020-07-10 00:11:17
"유통 산업에서 사람이 사라진다"…언택트 트렌드 가속
코로나 정점 찍은 3월, 온라인 유통 비중 50% 육박
신선식품·명품도 온라인서 구매…비대면 수령 보편화
배달로봇·드론 배송 첫선…"상용화 아직 멀었다" 비판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유무인(가명) 씨는 지난 한 달 동안 만난 사람이 극소수다. 재택근무를 하며 생필품은 모바일 앱으로 주문 후 택배보관함을 통해 받았다. 밤늦게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땐 무인편의점을 이용했다. 제품 상세 정보가 궁금하면 판매자와 영상을 통해 실시간 대화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했다.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유통 산업에서 사람간 접촉이 줄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 트렌드는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시작해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하고 있다. 상품 구매, 배송, 수령까지 유통의 전 과정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무인택배'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난은 언제나 사회 전반의 변화를 야기했다.
▲ 주요 유통업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지난해 3월 41%에서 올해 3월 50%로 4%p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유통 채널의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 사람과 마주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에 대거 확산한 올해 2월 쿠팡, G마켓, 위메프, 티몬 등 13개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4% 늘었다. 산자부가 온라인 유통업체의 월별 매출 동향을 따로 집계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다음 달인 올해 3월에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 중 온라인 업체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50%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온라인 업체의 매출 비중은 41%였다.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신선식품 쇼핑도 온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은 AI를 활용해 주문량을 예측해 재고 및 폐기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선식품은 보관하기 까다롭고 유통기한이 짧아 온라인 사업은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쿠팡 관계자는 "자체 구축한 물류 관리를 통해 계절, 시기별로 주문량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 사람과 마주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셔터스톡]

명품의 온라인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명품업체들은 정품에 대한 신뢰,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 제공 등을 취지로 소수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판매를 해왔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는 국내 공식 온라인몰을 올해 6월 초 오픈했다. 샤넬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브랜드관을 신설하고 화장품과 향수 등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루이뷔통과 구찌는 온라인 몰에서 '온라인 단독' 상품을 선보였다.

상품 수령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낮 시간대 택배를 직접 받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문 앞에 택배가 놓여있는 '새벽배송'이 인기를 끈 이유다. 이 같은 비대면 수령은 감염병 확산 우려로 사람 간 접촉을 꺼리면서 보편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등 국내 택배업체는 올해 2월 이후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물건을 두는 '장소 지정배송'을 시작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 앱은 주문 시 비대면 수령을 권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배달기사에게 음식을 받으면서 결제를 했다면, 이제 결제는 배달 앱에서 미리 하고 배달기사가 문 앞에 음식을 놓고 가는 식이다.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은 지정된 시간에 하얀 비닐봉지에 넣은 제품을 현관 앞에 두고 사진을 촬영해 고객에게 전송한다. 택배 회사인 야마토운수는 지하철역 등에 자사의 택배 보관함 '푸도 스테이션'을 구축하고 있다.

▲ 롯데마트 매장 천장엔 상품을 자동으로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있다. [롯데쇼핑 제공]

배송을 위한 상품 준비 과정에서도 무인화가 시작됐다.

이마트는 올해 초 서울 청계천점에 컨베이어 벨트, 크레인 로봇 등 자동 출하 장치를 설치했다. SSG닷컴에서 상품을 주문한 뒤 매장을 방문하면 크레인 로봇이 가져다준다. 롯데마트는 중계점과 광교점에 155m 길이의 천장 레일과 4개의 리프트를 도입하며 자동화 센터로 변신을 꾀했다. 배송까지의 준비시간은 기존 2시간에서 30분으로 확 줄었다.

배달로봇, 드론 배송 등 SF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무인배송 서비스도 가시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실내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타워'를 신축 아파트 포레나 영등포에서 내년 2월부터 운영한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딜리타워는 비대면 배달을 선호하는 고객 편의는 물론 고층 공동주택 배달에 어려움을 겪는 라이더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제주에서는 산자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GS리테일 등이 모여 '드론(무인항공기) 활용 유통물류 혁신 시연' 행사를 열었다. 편의점 도시락과 음료수를 실은 드론은 제주 시내에서 1km가량 떨어진 초등학교에 무사히 도달했다.

GS리테일 측은 "드론 배송이 상용화하면 연평도, 백령도, 마라도 등 도서 지역에 입점한 점포를 거점으로 인근 부속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에게도 물류 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 GS25 상품을 실은 드론이 GS칼텍스 주유소에서 배송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유통업체들은 무인택배 시대를 앞당기려 노력 중이다. 트렌드 선도는 물론 비용 절감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물품 잠금장치가 있는 자율주행 차량을 단거리 배송에 활용하면 기존 비용을 최소 40%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을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놓았다.

무인택배 시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통혁명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새벽배송과 각종 배달은 노동력을 '갈아 넣어' 돌아가는 실정이다. 고객 입장에서 사람과 마주하지 않을 뿐 여전히 유통산업은 보이지 않는 노동이 지탱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남 김해에서 일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고 서형욱(47) 씨는 올해 6월 말 배송 업무 중 호흡 곤란 및 가슴 통증을 느껴 응급실을 찾았다. 서 씨는 수술까지 받았으나 이달 초 숨을 거뒀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서 씨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물량으로 힘들어했다며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모바일 앱과 키오스크 등 비대면 상품 구매가 확산하면서 노년층이 소외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에 지난해 게재된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결제 키오스크 사용자 경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화면에 대한 이해도 및 습득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PI뉴스 / 남경식·황두현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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