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규제대책 부작용 막으려 땜질식 처방 악순환"
'실수요자 보호·투기억제' 재탕·삼탕정책으로 가능할까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론'이 확산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6·17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고,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도 방점이 찍힌 건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다. 여기에 주택공급 확대 방안까지 나왔다. 하지만 잘못된 대책으로 생긴 부작용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대책을 만드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는 '6·17 부동산 대책' 보완 검토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이 전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실수요자 세부담 완화, 다주택자 투기성 매입 규제, 수도권 공급물량 확대 등을 지시하면서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정책실패와 김 장관 사퇴론이 번지자 문 대통령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무주택자 부담 완화·주택공급 확대 방점
우선 거론되는 대책은 무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완화다. 문 대통령은 "서민들은 두텁게 보호돼야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줘야 한다"며 "실수요자, 생애최초 구입자, 전월세 거주 서민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6·17 대책이 실수요자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며 불거진 반발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는 혼인한 날로부터 5년 이내인 신혼부부는 연간 소득 합산 7000만 원(외벌이 5000만 원) 이하일 경우 취득가액 3억 원(수도권 4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취득세를 50% 감면한다. 추가 대책에선 감면 대상이 확대되거나 감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디딤돌(구입자금), 버팀목(전세자금) 등 서민들의 대출 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대출 총액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급 확대'방안도 포함된다. 무주택 서민에게 공공분양에 한해 분양물량의 20% 이내에서 우선권을 주는 제도인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30%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내년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도 늘어날 예정이다. 사전청약은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꺼낸 카드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내년 사전청약 물량은 약 9000가구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한 만큼, 추가적인 공공택지를 확보해 공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서 발표했던 서울 '용산 정비창'처럼 수도권 내 공공이 개발할 수 있는 택지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서는 '4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 '종부세 강화' 거론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다. 문 대통령은 "종부세 강화 법안을 정부의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따로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2·16 대책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대폭 높이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이를 위한 후속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종부세법 개정안은 1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을 0.2~0.8%포인트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율이 2주택자는 최대 3%, 3주택자 이상은 4%까지 오를 수 있다. 이에 더해 다주택자, 고가주택의 주택 취득세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추가 대책 내놓아도 시장 상황 안 변해"
전문가들은 연이어 쏟아지는 대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규제나 공급 정책은 거의 다 나왔는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땜질 방안만 계속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대책을 더 추가해서 시장이 변화할 상황인지 의문"이라면서 "6·17을 포함해 지난 2·20, 12·16 등 모든 대책이 수요 규제인데, 그동안의 수요 정책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진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로 투기·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닌데, 되레 대출을 받아야만 주거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정책도 아쉽지만, 정상적 거래를 훼손하는 수요자들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수요의 특성에 대한 구분을 좀 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수요자 세금 완화와 특별공급 확대는 그나마 실효성이 있는 정책인데,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는 특별히 새롭진 않다"며 "공급확대 부분도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규제 완화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국토부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6·17 대책까지는 땜질이지만, 이번에는 땜질해서 새는 곳을 막고 덧붙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차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모두 다 졸속으로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집값 안정화라는 목표는 좋은데, 앞선 규제 효과를 유지하고자 또 다른 규제를 계속 만들어내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더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들"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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