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잭슨이 누구길래…동상 훼손에 트럼프 '발끈'

손지혜 / 2020-06-24 14:59:14
7대 대통령·흙수저·전쟁영웅…'잭슨 민주주의' 실현
백인 우월주의자…외신 "사후 재평가 작업 이뤄져"
트럼프, '팬' 자처…취임 후 집무실에 초상화 걸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BLM(Black Lives Matter)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광장에 위치한 앤드루 잭슨 7대 대통령 동상이 시위대에 의해 훼손됐다. 해프닝이 벌어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트윗까지 올렸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재향군인 기념물 보존법에 따라 징역 10년이다. 조심하라"고 중형을 암시했다.

평소 트럼프는 자신을 잭슨 전 대통령의 "대단한 팬"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여러 차례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한 바 있다. 앤드루 잭슨이 누구길래 트럼프는 시위대에 중형까지 경고했을까?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은 미국의 7대 대통령이자 민주당 출신 첫 대통령이다. 아일랜드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14살에 전쟁고아가 된다. 하지만 이후 자수성가해 변호사가 된다. 테네시 주 의원에도 오르며 정계에 몸을 담았다. 1812년 미영전쟁 때 승패를 가른 뉴올리언스 전투에서 영국군을 궤멸시켜 전쟁 영웅이 된다. 인디언 토벌전에서도 공을 세우고 이름을 날린다.

'전쟁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8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지만 선거인단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패했다. 1828년 대선에서 드디어 대통령이 돼 서민, 아웃사이더 출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당시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은 버지니아 상류 계급에 고학력과 대지주로서 금수저를 물고 성장한 명문가 출신들이었다.

잭슨이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은 정치·사회적으로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한다. 일명 '잭슨 민주주의'는 미국 대중 민주주의 시대의 개막을 뜻한다. 잭슨은 관료제 개혁, 참정권 확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정책들을 내세웠다. 그야말로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대중의 정치·사회 참여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대중 민주주의의 개척자였다.

그럼에도 AP통신과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그가 사후에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몇 년째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다. 그가 백인 우월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1830년 인디언이주법(Indian Removal Act)을 발효했다. 이는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비롯해 미시시피, 조지아, 플로리다 등 다섯 개 주에 살고 있던 수만 명의 원주민들을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추방하는 법이었다. '눈물의 행로'로 불리는 이 이동 중 질병·기아·백인들의 공격으로 많은 인디언들이 생명을 잃었다. 또 테네시주의 플랜테이션에서 100명 이상의 흑인 노예를 혹사시켰다. 참정권도 백인 남자에게까지만 인정했다.

이 같은 인종차별적 행보는 최근 잭슨 대통령의 동상 철거 시도가 발생한 이유기도 하다. 트럼프는 시위대의 동상 철거 시도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감옥에 있고 오늘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며 "중형을 고려하고 있다.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 기념물을 끌어내려서는 안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나는 (잭슨 전 대통령의) 대단한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에 입성하며 취임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잭슨의 초상화를 집무실에 걸었다. 미국 20달러 지폐에서 앤드루 잭슨의 얼굴이 뒷면으로 가고 남부 노예들의 탈출을 도왔던 노예 출신의 흑인 여성인 해리엣 터브맨의 얼굴이 앞면에 오는 도안이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선정됐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폐기되기도 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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