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치 행동 아냐…경찰 앱에 팬캠 올려 먹통 만들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석 달여 만에 재개한 선거 유세에서 굴욕을 당했다. 100만 명가량이 신청했다는 말과 달리 1만 명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배경에 케이팝 팬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현지 언론은 케이팝 팬덤과 동영상 플랫폼 틱톡 이용자 등 10대들이 표를 신청하고 가지 않는 '노 쇼(No Show)' 운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22일 CNN은 '케이팝 팬들이 트럼프의 유세를 방해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놀랄 일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라는 기사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뉴욕주 하원의원이 케이팝 팬들에게 "우리는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당신들의 공헌을 목격하고 감사한다"고 쓴 트윗을 인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에 거의 100만 명이 신청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유세장인 BOK센터는 1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지지자들이 몰릴 것을 고려해 야외 행사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일인 20일, 현장에는 소방당국 추산 6200명만 모였다. 수용 인원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트윗은 이러한 결과가 케이팝 팬들의 활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 측은 유세장이 꽉 차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팀 머터프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급진적인 시위대"가 참여자들을 위협해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그들(노 쇼 운동을 벌인 이들)은 집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면서 "가짜 티켓 요청은 우리 생각에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소셜미디어 캠페인이나 케이팝 팬들이 낮은 참석률에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케이팝 팬들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NYT는 '케이팝 팬들은 왜 정치활동가로 돌아서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디지털 전사들의 느슨한 집단이 미국 정치 무대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영향력을 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인터넷의 한구석에서는 매일 소셜미디어에 모이는 젊고 다양한 케이팝 팬들의 조직력이 오랫동안 전설의 소재였다"면서 "음악 차트를 이끌고 미국의 공연장들을 매진시키는 등 좋아하는 아이돌의 인기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룹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이 자금을 모으거나 노래를 바이럴(입소문 마케팅)하는 팬들의 효율적인 소셜미디어 전술을 정치 활동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인디애나대학에서 동아시아문화학 객원 조교수로 K팝 팬 문화를 연구하는 시더보우 새이지는 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는 케이팝 팬들에 대해 "외국인이 아닌 미국인"이라면서 "이 젊고, 진보적이고, 외향적인 데다가 온라인 플랫폼에 능숙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새이지는 "케이팝 팬들은 수십 년 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오고 있다"면서 케이팝 그룹들이 약 20년 전부터 자신에게 선물을 보내는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CNN은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다국적 팬들이 이런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NYT와 CNN은 최근 케이팝 팬덤의 대표적인 정치·사회 참여 행동으로 #WhiteLiveMatter(백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해시태그에 케이팝 그룹의 사진을 올려 인종차별적인 목소리를 잠재운 일, 댈러스 경찰청이 인종차별시위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를 찍어 애플리케이션에 올려달라고 요청하자 팬캠(Fancam·팬이 촬영한 영상)을 올려 앱을 먹통으로 만든 일 등을 꼽았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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