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갑만 문제야?…중국 약재사전서 빠진 동물들

조채원 / 2020-06-12 17:49:13
코로나19 중간숙주 '오명' 탓…천산갑, '중국 약전'서 제외
안전성 문제 및 대체재 등장…독성식물·박쥐류 분변 등도 빠져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신규 확진자가 사라진 지 56일 만에 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후 12일 6명, 13일 36명, 14일에는 79명까지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베이징 펑타이구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관련이 있다.

지난 13일 신파디 시장을 관리하는 장위시(張玉璽) 사장은 시장의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보건 당국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위를 어류로 인한 감염,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금류, 유통 과정에서의 오염 등 다각도로 파악 중이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발원했을 때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팔던 야생동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야생동물 거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야생동물의 사육, 도살 등을 제한하는 여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천산갑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포유동물이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지목된 천산갑은 지난 5일 국가 2급 보호동물에서 1급으로 격상한 데 이어, 9일 중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약재 사전인 '중국 약전(藥典)'에서도 제외됐다.

▲ 온몸이 딱딱한 비늘로 뒤덮인 천산갑 어미와 새끼. [왕이신문 캡처]

코로나 덕에 인생역전? '중국 약전' 벗어난 천산갑


지난 9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전통 약제 처방 기준을 정하는 '중국 약전' 최신 버전에서 천산갑을 뺐다"고 보도했다. 2020년판 중국 약전 작성대강은 "야생자원 고갈, 상품 부족, 안전성 및 윤리적 문제가 있거나 기초연구가 부족한 품목은 약전에서 제외했으며 본판에서는 다시 수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천산갑의 경우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일 뿐더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중간 숙주로 거론되며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천산갑 외에 중국 약전에서 제외된 동물 관련 약재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중국 약전 개정에서 빠진 약재는 천산갑을 포함해 4가지다. 이들 중 마도령(马兜铃)과 천선등(天仙藤)은 쥐방울과의 식물로 신장을 파괴하는 독성이 있어 빠졌다. 앞서 말한 기준에서 안전성의 문제다.


나머지 하나는 황련양간환(黃連羊肝丸)이라는 환약인데 이것이 제외된 이유가 천산갑과 비슷하다. 황련이라는 식물과 양의 간 등으로 만들어지는 이 약에 야명사(夜明砂)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야명사는 박쥐류의 분변을 말한다.

▲ 약재로 쓰이는 박쥐의 분변 야명사. [텅쉰망 캡처]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야명사는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 중국에서 큰 인명피해를 야기했던 전염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박쥐에서 발원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다. 또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진이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96.2%의 유전적 유사성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같거나 다른 이유로…'중국 약전'에서 제외된 동물은?

천산갑 같은 '보호동물'이 약용에서 제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중국 정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사이테스)의 부속서 1과 2에 해당하는 동물을 국가중점보호동물처럼 보호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코뿔소 뿔과 호랑이 뼈의 매매가 금지됐고 이들을 이용한 조제약까지 모두 중국 약전에서 빠졌다. 필요한 경우 같은 효능을 가진 다른 약재로 대체해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들은 시간이 흐른 후 동물 보호조치가 완화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조금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코뿔소 뿔·호랑이 뼈 금지' 후 약 25년이 지난 2018년 10월 30일, 이들 품목을 중국 정부가 의료용·의학 연구 목적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뿔소 뿔·호랑이 뼈에 함유된 성분과 거의 동일한 인공품의 생산이 용이해져서다. 야생동물의 것은 여전히 금지되며, 자연사하거나 인공적으로 번식된 동물에 한해서만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 지정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용처가 생겼고, 그만큼 야생동물 불법 남획 가능성 또한 커졌다는 점에서 '25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 인공 호랑이뼈를 주성분으로 하는 캡슐 제품. 뼈 건강, 허리나 무릎 통증 제거에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타오바오 캡처] 

그 외 중국 약전에서 제외된 약재 중, 윤리성 논란에 휩싸였던 것도 있다. 바로 중의학에서 자하거(紫河车)라 불리는 인간의 태반이다. 태반은 태아와 모체의 자궁벽을 연결해 영양 공급과 노폐물 배출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을 말한다.

중의학에서 태반은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독소를 제거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가공처리 전 태반은 항체작용을 하는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태반이 가공처리가 되면 단백질 성분이 크게 파괴될 뿐더러, 가공 처리를 했더라도 태반을 제공한 산모가 가진 B형간염, 에이즈 등 질환이 감염될 위험성도 있다. 윤리성과 안전성 부분에서 모두 결격 사유인 셈이다. 이 때문에 2020 최신판의 이전 버전인 2015년 중국 약전에서 자하거와 자하거가 포함된 환약인 하거대조환(河车大造丸)이 퇴출됐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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