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주요 스폰서·제휴 체육관…"크로스핏 본부와 손절" 크로스핏(Crossfit)이 최고경영자(CEO) 그렉 글래스맨(Greg Glassman)의 인종차별적 발언 때문에 주요 스폰서들과 제휴 체육관들을 잃게 생겼다.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크로스핏의 수익성 행사인 '게임즈(The Games·크로스핏 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겪게 된 크로스핏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크로스핏의 주요 스폰서 중 하나인 리복(Reebok)은 "최근 여러 사건들을 고려해, 우리는 올해 말까지인 크로스핏과의 브랜드 제휴를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스폰서인 로그(Rogue) 역시 "로그는 글래스맨의 최근 발언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번 2020 크로스핏 대회에서의 스폰서를 철회한다. 앞으로 양사의 관계 역시 크로스핏 본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도대체 CEO가 무슨 말을 했기에 크로스핏의 대표 스폰서들이 등을 돌린 것일까.
우선 최근 플로이드 사태에 대해 크로스핏 본부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그렉 글래스맨은 스포츠 분야의 주요 인사로서, 성전환 운동선수들이 '선택한 성에 따라 경쟁할 권리'를 지지하는 등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강조하던 인물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말을 아껴왔던 글로벌 기업의 CEO들조차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사를 속속 표명하는 상황에서 크로스피터(Crossfitter)들은 그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평등 혹은 소수자 권리 보호에 기반한 입장 표명을 해 줄 것을 기대해왔다.
그런데 글래스만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제휴 체육관이 보낸 플로이드 시위 관련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메일에 글래스맨은 "격리가 당신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I sincerely believe that quarantine has impacted your mental health.)"고 답장한 것이다. 인종차별 반대를 '정신 나간 소리'로 치부한 셈이다.
심지어 플로이드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플로이드 시위를 지지하며 "인종차별과 차별은 중대한 공중 보건의 문제"라고 언급한 건강지표평가연구소의 트윗에 조지 플로이드와 코로나19를 합성한 단어인 "플로이드-19(It's Floyd-19)"라고 댓글을 달았다. 들불처럼 퍼져가는 인종차별 반대 구호를 전염병 취급하는 인상을 준 것이다.
해당 발언은 삽시간에 SNS를 통해 퍼지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리복 등 주요 스폰서들 뿐 아니라 리치 프로닝을 비롯한 유명 크로스핏 선수들도 크로스핏 본부와 '손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리치 프로닝은 자신의 SNS에 "단합이 필요한 시기에 분열을 일으키는 리더십을 따를 수 없다"며 "나는 내 가치관과 동떨어진 크로스핏 본부의 일원이 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일이 커지자 결국 글래스맨은 하루가 지난 8일, "나는 인종차별을 지지하지 않는다", "어제 쓴 단어(플로이드-19)는 실수였다"며 사과의 뜻을 담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나 후폭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매년 3000달러의 제휴 비용을 지불해 온 체육관들도 "향후 제휴는 없다"고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8일 오전 기준, 제휴 중단 의사를 밝힌 체육관의 수는 210곳으로 집계됐으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크로스(Cross)'와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인 크로스핏은 2000년 미국에서 그렉 글래스맨과 로렌 글래스맨이 만든 운동법이자 피트니스 브랜드다. 바벨 등의 기구를 사용한 근력 운동, 줄넘기나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 턱걸이 등의 체조 동작을 통해 우리 몸의 10가지 기능(최대근력, 협응력, 민첩성, 유연성, 심폐지구력, 균형감각, 정확성, 파워, 속도, 스태미나)을 고루 발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120개 나라에 1만3000여 개의 정식 지부가 있으며 매년 '오픈(Open)', '리저널(Regional)', '게임즈'라 불리는 크로스핏 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될 정도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한국에는 171개의 정식 지부가 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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