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싶었다. '위안부'피해 할머니들도, 앞장서는 윤미향 씨는 특히 더. 정부가 해야 할 일에, 자기 인생을 바쳐 헌신하고 있지 않은가. 윤 씨가 21대 국회에 진출하게 된 것도 이런 이력 덕일 것이다.
집회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인터뷰 겸 점심을 함께 했다.
"이곳저곳으로 끌려다니며 군인에게 시달리는 판에 무슨 벚꽃을 볼 일이 있겠어?" 80대 중반이던 고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군인들의 담뱃갑에 그려진 벚꽃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고 했다. 당시 할머니들과의 인터뷰는 그해 여름 펴낸 <벚꽃의 비밀>중 '위안부의 벚꽃'편에 소개했다.
두어 시간의 만남이었는데, 찜찜한 느낌이 남았다. 윤미향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할머니들에게 더러 반말투였다. 격의는 없었지만 살가운 느낌이 아니었다.
할머니들은 제대로 존중받고 있는 걸까. 윤 대표에게 할머니들은 어떤 존재일까. 그저 수단으로 전락하진 않을까. 찜찜한 느낌은 근본적 의구심으로 번졌지만, 뭘 어쩌겠는가. 오해일 수도 있는, 그저 내 머릿속 의심일 뿐이었다.
8년이 지난 요즘 그 때 그 느낌이 확연히 되살아났다. 그 것도 한층 구체화, 현실화한 모습으로. 의구심을 자극하는 일례로, 그의 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음대에서 유학중이라고 한다.
"반미 외치더니 딸은 미국 유학 보냈다"는, 유치한 비판엔 동의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 등 미국 정책에 반대하는 것과 미국 대학에 자녀를 유학 보내는게 무슨 상관인가.
문제의 핵심은 사회운동에 헌신한 그가 어떻게, 무슨 돈으로 미국 유학을 보냈느냐다. UCLA 1년 학비는 비시민권자의 경우 4만 달러(약 4800만 원) 안팎이라고 한다. 윤 씨의 남편도 운동권 출신으로, 오랜 세월 돈 버는 일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돈 문제는 지금 '위안부 사태'의 진실을 가릴 리트머스 시험지다. 수요집회의 지속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 성금을 할머니들한테 지원한 적이 없다"고 폭로했다. 이 할머니의 기억에 착오가 있거나 여당 주장처럼 미래한국당의 기획일지라도, 그걸로 덮일 문제가 아니다.
신뢰에 의문이 제기된 이상 우회로는 없다. 정대협 대표로 30년 수요집회를 이끌어왔고, 이젠 국회의원 당선인인 윤 씨가 스스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 지원금과 성금 총액이 얼마이고, 할머니들에겐 얼마나 쓰였는지, 본인이 가져간 연봉은 얼마인지 증거로 지난 30년을 낱낱이 밝혀라.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는다면 30년 수요집회는 무너지고, 그의 의정 활동은 '파렴치한 인간'이란 비난에 끊임없이 흔들릴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역사 바로잡기'는 '역사의 오점'으로 뒤집힐 것이다.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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