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얼굴 안 가리면 코로나로 죽고, 가리면 경찰에 죽어"

양동훈 / 2020-04-08 10:36:52
유색인종, 수제 천 마스크로 얼굴 가리라는 CDC 권고 꺼려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이 범인으로 몰릴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천으로 얼굴을 가리라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고를 따르기를 꺼리고 있다고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흑인인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과 트레본 로건 교수는 CDC의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흑인 남성들이 얼굴을 가리면 일반적으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다는 수많은 예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건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CDC가 얼굴을 가리라고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유색인종은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흑인이나 라틴계 등 많은 미국 유색인종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제 천 마스크가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이나 인종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수사 방법)을 강화하고 흑인이나 라틴계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애런 토머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이기 때문에, 손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살고 싶지만 또한 살고 싶다(I want to stay alive but I also want to stay alive.)"고 했다. 코로나19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천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지만, 범죄자로 의심받아 총을 맞지 않으려면 얼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이 트윗은 12만1000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의 인종 정의 프로그램 담당자 레니카 무어는 "많은 흑인들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수제 천 마스크를 쓰든 쓰지 않든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에는 폭력조직이 자신의 소속을 과시하는 의미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라틴계 갱단의 의상으로 '얼굴에 두른 손수건'을 지목한 바 있다.

스탠포드대에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1억 건의 검문을 조사한 결과 경찰관들이 백인보다 높은 비율로 흑인을 조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찰관에 의해 흑인 남성들이 사살된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법 집행에 대한 흑인들의 두려움이 커졌다.

스카프나 티셔츠를 마스크로 만드는 방법을 직접 시연하기도 한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국(PHSCC) 국장은 "건강상의 평등, 인종과 건강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항상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인종 프로파일링의 대상이 되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여러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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