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의 한미통화스와프…이번에도 금융시장 불안 잠재울까

강혜영 / 2020-03-20 14:51:21
"마르지 않는 '외환 화수분' 생긴것…달러 투기수요 진정에 기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효과↓...외환보유액 늘려야" 신중론도
증시안정효과…"불안 심리 진정" vs "나가라고 차비주는 격"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12년 전처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2008년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은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나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그때만큼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미 연준과 한은이 합의한 것은 계약 체결"이라며 "이제 계약서 작성에 들어갈 것이며 작성되면 곧바로 달러화를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9일 오후 10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6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2020년 9월 19일까지 최소 6개월이다.

통화스와프란 거래당사자 간에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재교환하기로 약정하는 거래다.

"달러화 화수분 생긴 것…외환·주식시장 진정 기대"

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만으로도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체결돼 2010년 종료됐던 한미 통화스와프는 달러 유동성에 대한 불안 심리가 완화되고 급등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안정을 되는데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계약 체결 당시 1468원까지 치솟았으나 계약 종료 시점에는 1170원까지 하락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스와프는 마르지 않은 화수분과 같은 것"이라며 "달러 투기 수요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은 한정된 금액으로 미국의 동의 없이 외환시장에 뿌리게 되면 환율조작국 누명을 쓸 수 있다"면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환율 변동을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를 공급해도 된다는 의미가 내제돼 있기 때문에 체결 규모나 기간보다는 체결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스와프 체결 발표 바로 다음 날 환율이 내려가면서 그 효과가 반영됐다고 본다"면서 "빠르게 돌아가는 금융시장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조치로 불안 심리를 일부 잠재우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원·달러 환율은 일단 폭등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20일 환율은 32원 내린 1253.7원에서 출발해 전일 종가보다 39.2원 내린 달러당 1246.5원에 마감했다. 

주식시장 불안 진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자본시장 전체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대규모 매도세를 이어갔다"면서 "통화스와프로 인한 심리적인 안정으로 주식시장 진정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 역시 전날보다 108.51포인트(7.44%) 오른 1566.15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전망 속 '효과 제한적' 신중론도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경제적 여파도 장기화할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7% 급등해 102.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병태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달리 근본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팬데맥이 잡혀 소비와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불황에 대한 공포가 지속될 것"이라며 "그에 따른 통화스와프 효과도 단기적으로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주식시장도 결국에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진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동기화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투매가 중단되지 않으면 견고하게 장기간 회복될 가능성 적다"며 "미국이 다른 나라와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미국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도 "통화스와프로 오히려 한국 통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고 한국 시장에서 나가도록 차비를 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보유액을 늘리고 다른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이 코로나19 사태가 7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 등 스와프 계약 체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외환보유고도 3월 기준 4019억 달러로 GDP 대비 25%에 불과해 국제결제원(BIS)이 권고하는 수준인 8300억 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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