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겨냈지만…팔순 할머니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조채원 / 2020-03-13 14:14:11
손자며느리, '퇴원소견서' 없다는 이유로 할머니 귀가 거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완치 후 퇴원한 80대 할머니의 손자며느리가 할머니를 집에 들이길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3일 우한시의 80대 할머니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아 귀가조치됐다. 그러나 할머니 앞에는 병보다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그의 손자며느리가 '퇴원 소견서'가 없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집 안으로 들이기 거부한 것.

▲손자며느리가 할머니를 거부하자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는 할머니(왼쪽). 손자며느리와 몸싸움을 벌이는 의료진. [펑파이신문 영상 캡처]

할머니를 이송한 의료진들은 "할머니는 정상적인 절차로 퇴원했고, 퇴원소견서는 곧 발급받아 전달하겠다"며 일단 할머니를 안으로 들여보낼 것을 권했다. 그러나 손자며느리는 "퇴원소견서 없이는 못 들어온다"며 막무가내로 의료진을 밀쳐냈다. 감정이 격해진 의료진은 그에게 '바이옌랑(白眼狼)'이라고 비난을 퍼붓기에 이르렀다.

'흰 눈의 늑대'라는 뜻의 바이옌랑은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사람 뜻한다. "너도 자식이 있지 않냐, 그대로 돌려받을 것이다"라고 악담을 퍼부은 의료진에 화가 난 손자며느리는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할머니는 망연자실한 채 구급차 안에서 벌벌 떨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담당 공무원 옌(严) 씨는 "우선 병이 완치된 할머니를 집으로 안전하게 모신 후, 퇴원소견서를 전달할 예정이었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옌 씨는 인근 파출소에게 상황을 알려 소견서를 전달했고 그제서야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지난 12일 할머니의 외손자 덩(邓)씨가 펑파이신문을 통해 심경을 밝혀왔다. 그는 "부모를 포함한 일가족 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명은 죽었다. 게다가 집 안에 두 아이가 있어 아내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우린 어머니를 10년 동안 모셨다. 키워준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이 절대 아니다"라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손자며느리의 행태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부지불식간에 감염이 확산된 우한의 상황을 보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할머니도 가족이지만 어느 부모가 자식의 건강을 두고 모험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퇴원소견서를 사전에 준비했어야 했다. 우한이 코로나19 사태에 중심에 있는 만큼 관련 부서들이 더욱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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