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어찌 총회를"…분양가 상한제 연기하나

김이현 / 2020-03-12 14:33:41
재건축·재개발조합 연기 요청…국토부 "상황 예의주시"
총회 의결 위해 최대 1000여 명 모여야…집단감염 우려
개포1단지 2015년 메르스때 1500명 자가격리 경험도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국토부에 '분양가 상한제' 연기를 요청했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이 다음 달 말에 끝나는 만큼 서둘러 총회를 열어야 하지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총회 의결을 위해서는 최대 1000명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선언된 마당에 조합 총회를 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의식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연장은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조합 사업 추진 현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서울시 여러 자치구는 이미 정부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더 늦춰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안정적인 총회 개최 불가"…국토부에 청원

재건축·재개발조합 연합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고 극복하기 위한 조처로 다음달 29일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하는 관련법(시행령) 개정을 지난 11일 국토부에 공식 청원했다.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수천 명이 참석하는 총회와 수만 명 이상이 참관하는 견본주택 행사는 최악의 확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선행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집회 금지 조치와 집회장 대관 거부로 옥외 집회를 포함해 안정적인 총회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도 국토부에 유예기간 연장을 건의했다. 강남구·은평구·동작구 등은 당초 조합에 총회 개최를 자제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목전에 둔 조합이 총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지자체가 국토부에 직접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상한제 적용·대규모 인원 집결 부담 '딜레마'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는 4월 29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 달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해야 하고, 조합원의 20% 이상이 직접 총회에 참석해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 사안은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출석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분양을 앞둔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단지는 총 12곳이다. 이 중 은평구 수색6·7구역, 증산2구역은 이달 말 총회를 계획 중이다. 동작구 흑석3구역과 노원구 상계6구역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총회를 강행했다. 충북 청주의 사직1구역도 오는 14일 정기총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조합원 부담금이 최대 수억 원씩 올라가니까 시행 전에 빨리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수천 명이 몰리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혹시나 집단 감염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조합 내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정병혁 기자]

특히 대형 사업장은 더 난감한 상황이다. 조합원이 5133명에 달하는 개포주공1단지는 오는 30일 개포중학교 운동장에서 총회를 열기로 했다. 총회 의결을 위해 20%인 1000명 이상이 한 공간으로 모이는 셈이다. 해당 조합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총회를 열었다가 조합원 중 한 명이 확진자로 밝혀지면서 1500여 명이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다.

강동구 둔촌주공도 마찬가지다. 둔촌주공의 조합원 수는 6250명으로, 총회 최소 참석 인원만 1230명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기간이 조금 더 뒤로 미뤄지도록 요청했다"면서 "이 시국에 총회를 강행한다면 1200여 명이 한꺼번에 모일 장소도 마땅치 않은데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6월까지 연기" 전망…국토부도 입장 선회

국토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초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향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며 분양가 상한제 연장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정책적으로 연기가 가능한지,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15 총선을 전후로 분양가 상한제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6월 말까지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없는데, 이것과 맞춰서 상한제도 6월 말까지 연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안하게 되면 대부분 재건축 사업이 후분양제로 갈 텐데, 사실 연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잡음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팬데믹(세계적 유행)이라고 발표했듯이, 세계적 사태이기 때문에 공익을 위해서 3개월 정도 연기를 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가 안 되면, 사업들이 지연되면서 향후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는데, 여러 부분을 감안한다면 국토부도 상한제 연기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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