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승무원 73명 중 71명, '대책위' 꾸려 법적 대응하기로
중국동방항공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둔 한국인 계약직 승무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해고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위로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국동방항공은 3일 뒤인 오는 12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던 한국인 계약직 승무원 73명에게 이메일로 해고 통보를 했다. 중국동방항공은 정규직 개념이 없어 무기계약직은 사실상 정규직에 해당한다.
이날 동방항공은 승무원들에게 함께 보낸 양해협의서를 통해 "회사는 직원에게 법정퇴직금과 퇴직위로금(퇴직금의 100%)을 합해 관련 법령에 따라 원천징수 후 직원의 급여계좌로 송금한다"라고 말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승무원은 "약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동방항공은 해고 통보 이메일에 대한 서명을 보내지 않을 경우 퇴직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고 통보를 받은 또 다른 승무원은 "관리자로부터 '협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위로금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동방항공 측은 퇴직금과 위로금 등 총지급금에 대해서는 어떠한 민형사 소송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데에 서명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항공 측 양해협의서를 보면 "회사와 직원은 총 지급금이 서로 간에 지급되어야 하는 금전채무의 전부임을 확인하고, 그 밖에 근로관계 및 그 종료에 관한 일체의 법률관계에 대해 향후 민·형사 또는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식적인 계약 만료 시점 2일 전인 이날 오전 중국동방항공은 개별 승무원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해고 대상 승무원들에게 서명을 빨리하라고 압박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방항공은 코로나19 등 어려워진 경영난을 이유로 해고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들이 받았다는 '승무원근로계약서 계약기간만료 고지서'에 따르면 동방항공은 "현재 전반 항공시장의 변화, 그로 인하여 당사의 경영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아 귀하와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려 드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그러나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승무원은 "일본이나 이탈리아 출신 승무원 등이 같은 이유로 해고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동방항공은 2018년 3월 12일 한국인 승무원 73명(14기)을 신규 채용했다.
이제까지 동방항공은 승무원을 우선 계약직 신분으로 채용하고 2년 뒤, 거의 모두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통보를 받은 한 승무원은 "업무상 금전적 손실을 내 거나 비행을 할 수 없는 경우나 노쇼(no show) 등 인사고과가 안 좋은 극히 일부의 경우 등을 제외하면 계약이 안 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목요일(5일)까지만 해도 회사 업무와 관련된 인터넷강의를 듣고 업무 관련 앱을 설치하라는 등 지시를 받았다"라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해고 통보를 받아 당혹스럽다"라고 말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73명 승무원 중 71명은 '중국동방항공 14기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71명의 법률 대리를 맡은 최종연 변호사(일과 사람)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2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갱신에 대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기간제 계약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해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최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사자 선정에 있어서 공정성이 있어야 하고, 선정에 있어서 노동자 측과 성실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이 돼야 하고, 무급휴직 실시 등 해고 회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동방항공 해고 건의 경우 이러한 부분들이 부족하다"라고 강조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승무원은 관리자와의 통화에서 경영 악화 등에 대해 "몇 달 무기계약직으로라도 재계약하는 건 안 되냐"고 요청했지만 해당 관리자는 이미 회사가 내린 결정이므로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UPI뉴스는 이날 동방항공 내선과 고객센터 번호를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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