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에 이란계 미국인 '전전긍긍'

양동훈 / 2020-01-08 15:15:28
이란계 상대로 검문 강화…시선 두려워 외출도 포기
"태생만 이란이지 미국인" 소셜미디어로 연대 요청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에 살고 이란계 미국인들의 불안과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모국을 두둔할 수도, 미국에 박수를 보낼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서 당혹감도 커지고 있다.

7일 USA투데이는 다수의 이란계 미국인들이 지금의 상황을 불안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상당수는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에 의해 폭살된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25명 이상의 이란계 미국인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거절당했다. 미국 밖에 거주하는 가족이 위험해지거나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계 미국인들은 실생활에서도 불편을 겪고 위협도 느끼는 상황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이란계 미국인들 상당수가 불안해서 여행을 포기하고 있다고 7일 전했다. 사람들이 외모를 보고 의식하는 모습이 싫어 아예 외출을 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다.

한편 지난 주말 워싱턴주 블레인의 미국-캐나다 국경 피스아치에서는 이란계 미국인 200여 명이 12시간동안 억류되기도 했으며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 이란계 미국인들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란계 미국인 네가 헤크마티는 밴쿠버와 시애틀 사이의 국경 검문소에서 5시간 동안 억류당한 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는 "나는 이란 출신이라는 것과 미국 시민이라는 것 둘 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민자로서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괜찮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들을 걱정했다. 그는 검문소에서 이란과 이라크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기도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미국세관국경보호국(CBP)는 "휴일 체증으로 인해 검문이 길어졌을 뿐 이란계를 특정한 검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 미국 국경에서 남편 및 두 아이와 억류됐던 네가 헤크마티 [뉴욕타임스 캡처]


이란계 미국인들의 불안감은 트위터 등 각종 소셜미디어서도 표출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우리는 탄생지만 다른 미국인이다. 우리들에 대한 연대를 바란다"고 응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뚜렷한 자기 소신을 피력하는 일부 이란계 미국인들도 있다.

이란인들과 미국인들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단체 '국립 이란계 미국인 협의회(NIAC)'는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협의회 회장 자말 아브디는 "세계는 미군이 중동에서 벌이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원하지 않는다"며 "매우 무모한 행동"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반면 이란에서 억압을 받다 미국으로 넘어온 이란계 미국인들은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축하하기도 했다.

테헤란에서 반정부 운동을 하다 고문을 받고 미국에 망명한 루스베 파라하니푸르는 "솔레이마니가 없는 세계는 이전보다 더 나은 세계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그가 암살당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양동훈·김형환·정혜원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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