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화약고' 중동에서 튄 불씨, 화염되어 타오르나

이원영 / 2020-01-08 11:46:16
미국-이란 감정 거세지며 보복전 반복할 듯
이란과 전면전 치르기엔 미국 부담도 많아
전세 진전에 따라 북미·남북관계에도 영향
중동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에 공격-보복-재보복의 제어할 수 없는 복수전이 그 규모를 키워가면서 결국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말 이라크 미군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인 한 명이 숨지자 미국은 이를 친이란 시아파 헤즈볼라의 소행으로 보고 이들의 군사시설 5곳을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25명이 사망했다. 성난 시아파 민병대와 주민들은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에 불을 지르면서 민심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대사관 시위가 잠잠해지는가 싶었는데 미국은 지난 3일 이라크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이라크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을 이용한 초정밀 타격으로 급사시킴으로써 격화된 이란의 민심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이너마이트를 불쏘시개 상자에 던져 넣었다"고 말할 정도로 '중대한' 사태로 번질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이란은 시아파 민병대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던 솔레이마니가 미국에 폭사당하자 극도의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가혹한 보복'을 노골적으로 천명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압사자가 50여 명이 넘을 정도로 군중이 몰려든 가운데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채 이틀도 안돼 이란은 이라크 미군 주둔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 전개과정을 보면 미국이나 이란이나 적당한 선에서 숨을 고를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이성적 전쟁은 없다'고 하는 말이 지금 순간에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미국으로선 보복 공격에 앞서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중동에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동맹국에 많은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중동지역에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엄청난 군사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란은 이미 이달 초 사실상 핵협상 탈퇴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언제든지 핵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또한 공공연하게 이스라엘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하는 등 이란이 어떤 군사적 반경까지 치달을지 미국으로선 가늠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미국이 이란을 정면 공격할 경우 중동에서 반미 시아파를 중심으로 미국 동맹국과 양파전으로 전쟁이 확전할 수 있는 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파생할 부담도 상당하다. 여기에다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폭사케한 군사행동에 대해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전쟁반대 시위가 이어지는가 하면, 중동 및 유럽 동맹국들도 트럼프의 군사행동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보복 군사행동에 나설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란을 직접 타격하지 않고 이라크 내에서 시아파 군사기지 등을 타격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한 미국이 전선 확대를 꺼리게 만드는 것은 이란 핵능력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란은 공공연히 미국의 보복에 맞서 백악관까지 타격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이란이 핵카드를 꺼내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끝장' 맞대결로 치닫기엔 미국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진다.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전장에 파병을 해야 하느냐 하는 도덕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을 야기한 데는 미국의 책임도 크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신년 메시지를 통해 북미관계에 앞서 남북관계의 숨통을 트자고 북에 손을 내민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미국에 굴종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한 파병을 실행하면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길로 가는 것도 부담이다.

중동의 튀어 오른 불씨가 국제사회에 어떤 충격적인 화염으로 번져나갈지 아직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변수는 많다. 트럼프의 절제되지 않은 불같은 성격이 그대로 중동에서 실현될 경우 중동뿐 아니라, 한반도의 장래 지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기로가 아닐 수 없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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