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홀린 '기생충'…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의미는?

김혜란 / 2020-01-06 14:38:00
봉준호 감독 수상 소감 "우리가 쓰는 단 하나의 언어는 영화"
한국계 美배우 "한국적인 소재로도 전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희망"

"우리가 쓰는 단 하나의 언어는 영화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영예를 안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트로피를 든 채 이런 말을 남겼다. 영화 앞에서는 언어도 장벽이 될 순 없다는 의미다.

할리우드 한국계 미국인 배우이자 에머슨대학 연기학 교수인 에스터 채(한국명 채경주)는 6일 "예술성뿐만 아니라 대중성도 중요한 골든글로브에서 기생충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블랙코미디와 한국적인 소재 등이 담긴 'Strong Story Telling'도 전세계 영화 팬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는 봉 감독이 말한 전 세계인의 언어가 되는 '영화'의 힘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스토리텔링'의 힘의 비결은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진행된 백스테이지에서 드러났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개봉한 뒤 박스오피에서 큰 성과를 얻었는데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영화가 포함한 '부자와 가난한 자'라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가 (한국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에서도 공감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물론 기생충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로 되어야한다'는 기준에 의해서 작품상에 들지 못했지만 외국어영화상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현지에서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 엄청난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상대적으로 PR 경쟁이 덜한) 외국어영화상 부문과 수상에 예술적 가치를 더 둔다"고 밝혔다.

▲ 할리우드 배우 에스터 채가 테트엑스(TEDx)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TED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의 명성이야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감독상 노미네이트는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한국 배경에 한국어로 된 영화가 Best Screen Play(각본상)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한 부분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이러한 성과는 나 같은 한인 배우나 극작가에게 있어서 희망적인 소식이다"고 덧붙였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올해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선정해 발표했다.

기생충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를 비롯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프랑스), '더 페어웰'(중국·미국), '레미제라블'(프랑스) 등 쟁쟁한 작품들과의 경합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대를 모은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감독상은 영화 '1917'의 샘 멘데스에게 돌아갔으며,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의 성과는 한국영화 100년사에 획을 긋는 일이다. 영화와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최초이며, 후보 지명 자체도 최초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다음 목표는 오는 2월 9일 열리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현재 아카데미 국제극영화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지만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봉 감독은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출품 자체가 수상 조건인 여타 국제영화제와 달리 미국 내 개봉을 기준으로 하는 등 다소 보수적인 '오스카 문화'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렇기에 봉 감독이 미국이라는 '로컬'에서 어떤 행보를 밟게 될지 주목된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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