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폭탄' 장착한 미국의 '킬러 드론'⋯전쟁 공식 바꾼다

장성룡 / 2020-01-05 10:37:42
주한미군에도 공격용 드론 '그레이 이글' 12대 배치

이란 군부 최고 실세였던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드론 작전으로 폭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첩보 수집 단계부터 미사일 공격에 이르기까지 드론을 이용한 새로운 차원의 표적 공습 과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예멘·레바논·팔레스타인 등에 이르는 '시아파 벨트'를 오가며 친이란 무장조직들의 관리 통제와 작전을 지휘해온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란에서 시리아로 건너갔다가 현지시간으로 3일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 이라크 총리실이 공개한 사진에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차량이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일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솔레이마니는 공항으로 마중 나온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등을 만나 차량으로 공항을 출발했다.

미국의 합동특수전사령부는 이 과정을 계속 추적하다가 솔레이마니를 태운 차량이 공항 밖으로 나가기 전에 MQ-9 리퍼 드론을 이용해 차량을 공습 폭파했다.

미 군 당국은 그동안 드론, 비밀 정보원, 정찰기, 전자 도청 등을 통해 솔레이마니의 동선 정보를 확보해오다가 작전 수행 결정을 내린 후 공격용 드론을 띄워 표적 살해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사실은 공식 발표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공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AP·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 동원된 드론은 이른바 '닌자 폭탄(Ninja bomb)'을 탑재한 표적 저격용 드론 '리퍼(Reaper·MQ-9)'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본토에서 현지 주둔 미군의 피해 없이 적의 표적 대상을 핀셋처럼 집어내 공격하는 새로운 전쟁 공식을 선보인 것이다.

CNN은 '임기표적(臨機標的·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고 전했다. 실시간으로 솔레이마니의 동선(動線)을 끊임없이 계속 추적하다가 제거 결정이 내려지자 곧바로 표적 살해 공습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미국 본토의 작전 통제부에서 드론에 탑재된 감시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면서 드론 조종사들이 전자장비를 원격 조정해 표적을 정밀 추적해 타격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파악된 새 개념의 작전 수행 과정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본토 공군기지에서 일하는 정보분석관들은 일주일에 4일, 하루 10시간씩 교대로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영상을 분석하며 작전 정보를 미국 곳곳에 배치돼 있는 드론 작전요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정보 분석관들은 감청, 첩보원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와 함께 드론이 제공하는 이런 동영상 정보를 통합 분석해 표적 제거 작전 수행 여부를 결정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핵심 간부급 50여 명을 포함해 조직원 3300여 명을 제거했을 때도 드론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알카에다와 탈레반 조직을 와해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모두 드론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전투 수행 과정으로 가능했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알카에다 예멘 지부(AQAP) 핵심 간부 나시르 빈알리 알안시, 2015년 6월 알카에다 핵심 테러리스트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 2015년 6월 AQAP의 최고 지도자 나세르 알와히시, 2017년2월 알카에다 이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를 제거한 것도 모두 드론을 이용한 작전이었다고 한다.

드론이 이처럼 테러 조직을 표적 공격하는 핵심 병기로 떠오르자 2001년 뉴욕 9·11테러를 주도했던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드론이 보이면 일단 근처 가장 큰 나무 그늘로 숨어라', '실외에 모여있을 때는 인형을 들든지 위장을 해서 적을 기만하라'는 등의 지침을 하달했었다.

드론의 군사적 활용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감시·정찰 용도를 넘어서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공격용 드론까지 등장했다.

주한미군에도 '그레이 이글(MQ-1C)'이라는 공격용 드론이 배치돼 있다. 그레이 이글은 무장 능력이 1.6t에 달해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4발과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 4발을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30시간 동안 최고시속 280㎞로 비행할 수 있다.

그레이 이글은 8km 상공에서 400km에 이르는 작전 구역의 자동차 바퀴자국까지 식별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탐색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 북한의 주요 표적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한미군이 2018년 그레이 이글 12대를 전북 군산 미군 기지에 배치한 것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다. 이 정도의 그레이 이글 규모면 북한 지상군이 휴전선 근처로 이동하는 것도 빠짐없이 관찰이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중앙정보부(CIA)와 국방부가 기존 헬파이어 미사일을 개량한 일명 닌자 폭탄(Ninja bomb) '헬파이어 R9X'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닌자폭탄은 지난해 1월 미 해군 이지스함 콜의 승조원 17명을 2000년 폭탄 테러로 죽인 자말 알바다위를 예멘에서 제거할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위력이 밝혀졌다.

2017년 2월 CIA가 알 카에다의 2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를 제거할 때 퍼부은 것도 닌자폭탄이었다. 이 폭탄은 움직이는 차량의 운전자는 죽이지 않고 조수석에 앉은 표적만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작전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미군의 U-2 고고도 정찰기 등의 대북 정찰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단순한 정보 유출이 아니라 닌자 폭탄을 탑재한 드론의 정밀 표적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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