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월드] '거지 왕국'으로 변해가는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이원영 / 2019-12-24 10:54:10
방 하나 아파트 월세가 270만 원
교수·공무원조차 차량 노숙생활
LA카운티 노숙자 6만여 명 추산
'천사의 도시'로 불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그러나 이제는 그 말을 자랑스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천사의 도시는커녕 '거지 왕국'으로 불릴 판이다.

CNN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LA의 노숙자 실태를 보도하면서 이들 중에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 거리로 나온 '자발적 노숙자'들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 LA코리아타운에 있는 차량 노숙자 주차장. [CNN캡처]

현재 당국이 추산하는 LA카운티 노숙자는 대략 6만여 명. 이들 중에서 개인 차량이나, 캠핑카(RV) 등에서 숙식을 하며 지내는 인구도 1만 6000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대도시의 렌트비 상승은 가히 살인적이어서 평범한 월급쟁이들조차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러 월세집에서 나와 차량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 LA의 원베드룸 아파트 평균 월세는 2350달러(약 270만 원). 월세가 치솟다보니 미 전역의 대도시에서 노숙자가 늘어 올해만 2.7% 증가했다.

노숙자 증가세는 날씨가 따뜻한 LA에서 집중되고 있다. 타지역의 노숙자들이 '살기 좋은' LA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차량 노숙자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고, 계속해서 주차위반 딱지를 받기 일쑤다. 게다가 여성일 경우 끊임없이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화장실과 샤워도 큰 문제다.

▲ 소셜연금을 받아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차량에서 지내는 한 여성. [CNN캡처]

이들을 위해 자선단체들이 나섰다. 비영리단체인 안전주차LA(Safe Parking LA)는 차량노숙자들을 위해 안전한 주차장을 확보해주고 있다. LA코리아타운의 한 교회는 지난해 이들을 위한 주차공간을 제공했으며 올해까지 8곳에 120대의 차량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주차장에는 경비원까지 고용해 폭행이나 각종 범죄를 예방하며, 샤워와 화장실 시설도 갖추고 있어 차량노숙자들의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이 단체의 에밀리 칸트림 코디네이터는 "이들 중에는 대학교수도, 시청 공무원도 있다. 월세를 아껴 다시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해 지금의 고생을 감수하는 사람도 많다. 자활의지가 있는 이런 사람들이 낙오하지 않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량노숙자들을 위한 안전한 주차장을 제공하는 비영리활동은 LA 외에도 샌디에이고, 오클랜드, 샌호세,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현재 자신의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우버(차량공유) 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로렌 쿠쉬(36)는 짬을 내서 컴퓨터 코딩 집중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좋은 직장을 구해 길거리 생활을 끝내겠다며 차량 속에서 쪽잠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처럼 미국의 대도시에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당국에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근본 원인이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월세 때문인데, 집값이 당장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문제다. 이래저래 '천사의 도시'의 그림자가 짙어가고 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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