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체포한 마약왕 아들 총격전 끝에 풀어줘…"마약 카르텔에 무릎"

장성룡 / 2019-10-19 10:28:15
마약 조직원들 저항으로 도심 전쟁터로 변하자 돌려보내고 후퇴

멕시코 군경이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 차포)의 아들을 체포했다가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과 총격전이 벌어지자 풀어주고 후퇴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정부가 체포 작전에 나섰다가 격렬한 총격전을 야기해 도시가 혼란에 빠지자 체포했던 구스만 아들을 풀어줘 정부가 마약 카르텔에 무릎을 꿇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군경과 마약 카르텔 사이에 총격적인 벌어져 쿨리아칸 시내가 검은 연기로 가득차 있다. [뉴시스]


현지 일간지 레포르마는 1면에 "차피토가 4T를 무릎 꿇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리기사로 올렸다.

차피토(Chapito)는 '작은 엘 차포(Chapo)'라는 뜻으로, 시날로아 지역 마약 카르텔을 이끌던 구스만의 아들을 지칭하며, '4T'는 '4차 변혁'의 줄임말로 오브라도르 대통령 정권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멕시코 정부가 마약 카르텔에 항복했다는 말이다.

멕시코 군경은 전날 시날로아주(州) 쿨리아칸에서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 체포 작전을 벌여 오비디오가 은신하고 있는 주택을 습격해 체포하는데 거의 성공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이 구스만 구출을 위해 격렬한 총격전에 나서면서 쿨리아칸이 마치 전쟁터처럼 변하자 결국 오비디오를 놓아주고 후퇴했다.

이 총격전으로 카르텔 조직원 5명과 국가방위대 대원 1명, 민간인 1명, 수감자 1명이 숨졌다.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성급한 체포 작전으로 도시만 불구덩이로 만들어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다 잡은 범인은 풀어주고 황급히 퇴각한 것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오비디오를 놓아주기로 한 것은 안보 각료회의의 결정이었다며, "범죄인 한 명을 잡는 것보다 시민의 목숨이 중요하다. 불로 불을 잡을 수 없다. 우리는 죽음을 원치 않고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체포 작전 실패를 합리화하는 발언을 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전 정권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이 멕시코를 '무덤'으로 만들었다며,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에 치중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현 정권 들어서 살인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범죄 대책이 지나치게 순진하고 낙천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소셜미디어와 멕시코 언론매체에는 '총알 아닌 포옹'(abrazos, no balazos)을 기치로 내건 현 정권 범죄 대책에 대해 "포옹으로 마약 카르텔을 잘도 잡겠다"며 허약한 공권력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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