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금메달' 백재호 감독 "혜택 받은 만큼 환원하고 싶어 "
주민들, 게이트볼장→실내야구장 개조…선수들 하교 도와
2024 고교야구 주말리그 첫 참가…17일 강원고 상대 첫 승
#장면1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서울에서 차로 4시간을 내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전형적인 폐광 산골마을이다. 상동읍은 지난 2월 기준 1027명이 모여 사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읍(邑)이다.
광산업이 번창했던 예전엔 상동은 수만 명이 모여 살던 도회지였다. 하지만 1994년 텅스텐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가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차마 이곳을 떠나지 못한 노인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상동이 몰락하면서 1953년 문을 연 상동고도 폐교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전교생은 단 세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모두 3학년이라 이대로면 올해 폐교는 불가피했다.
동문회는 개교 70년을 넘긴 추억이 깃든 모교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살릴 방법을 찾았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야구부 설립이었다. 지난해 야구부가 신설됐고 초대 감독으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영입됐다.
![]() |
| ▲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전경. [사진=전혁수 기자] |
#장면2
서울 신일고 시절 야구선수 백재호는 타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멀티플레이어'였다. 청소년대표를 거쳐 국가대표(동국대 재학 시절)가 되는 엘리트 코스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백재호는 1997년 한화이글스를 통해 프로에 들어온 뒤 12년 간 주전 내야수로 뛰면서 1007경기를 소화하고 타율 0.245 68홈런 306타점을 기록했다.
1998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고 이듬해에는 한화이글스 소속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2009년 유니폼을 벗고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한화이글스 2군 수비코치로 시작해 2012년 SK와이번스 2군 수비코치로 옮긴 뒤에는 1군 수비코치, 2군 타격코치 등을 맡았다. 신세계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뒤에는 2021년 11월까지 SSG랜더스 퓨처스팀(2군)에서 일했다. 모교인 신일고와 인천 제물포고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그가 상동고 야구부 초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데는 은사였던 양승호 전 롯데자이언츠 감독 제안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강원도 영월의 작은 고등학교로 내려오기로 마음먹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그간 쌓은 경력만으로도 대도시 고등학교, 대학, 프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왜 상동고 감독을 맡았느냐'는 질문에 백 감독은 21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운동선수로서 많은 혜택을 받았기에 그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작은 폐광 마을 고등학교에 야구팀이 생긴다는 소식이 퍼지자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상동고는 고랭지에 자리잡고 있어 날씨가 춥다. 운동장도 좁다.
![]() |
| ▲ 지난해 6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상동고등학교에 야구부 학생들의 첫 등교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전혁수 기자] |
![]() |
| ▲ 지난해 7월 게이트볼장을 개조한 실내 야구 연습장에서 상동고 야구부 백재호 감독(왼쪽)과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백재호 감독 제공] |
![]() |
| ▲ 지난 16일 강원도 횡성군 횡성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경기에 참가한 영월군 상동고 선수들이 강릉고와 첫 경기를 치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전혁수 기자] |
KPI뉴스 / 강원도 영월군=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