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 볼까 말까, 망설이다간

홍종선 / 2018-09-01 23:07:04
박해일-수애-김강우-라미란-윤제문이 펼쳐 보이는 욕망
생각보다 세고 예상보다 충격적…잔잔한 재미도 한 몫
▲ 영화 '상류사회'에서 부부로 분한 박해일-수애 [롯데엔터테인먼트제공]


영화 ‘상류사회’는 정성스럽게 조리된 요리들이 연이어 나오는 코스요리다. 단계별로 나오는 음식 종류가 익숙하지 않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때로 싱겁거나 때로 너무 자극적이어서 간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시간과 공을 들여 준비한 요리라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내부자들’을 제작했던 하이브미디어코프(대표 김원국)가 전국 각지를 넘어 일본에서까지 조리재료를 공수하고 변혁 감독이 쉐프로 나서 다양한 메타포를 향신료로 투하, 독특한 맛의 음식들을 완성했다.

‘상류사회’는 동상이몽을 가능케 하는 영화다. 누구는 일본 AV배우 톱5에 든다는 하마사키 마오의 출연에 기대를 갖고 봤다가 예상을 넘어서는 충격적 장면에 놀랄 수도 있고, 누구는 내 코끝에도 장태준 교수(박해일 분)와 오수연 미술관 부관장(수애 분)처럼 상류사회 진입의 문이 보인다면 그 입장을 위해 어디까지 버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이건 영화일 뿐이야’ 자신을 타이를 만큼 실감나게 볼 수도 있고, 누구는 허덕이면서도 강남 전세를 고집하는 장-오 부부의 현실에 자조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누구는 온갖 잘난 척을 하다가도 화장실에서 만난 이화란 관장(라미란 분)에게 손 닦는 휴지를 건네는 오수연의 작은 손짓에서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자신의 직장생활에 대입해 볼 수도 있다. 

 

혹자는 어느 재벌 회장님의 사생활, 어느 정치인을 향한 미투, 어느 사모님의 미술관, 드라마 ‘밀회’를 연상할 수도 있다. 

 

▲ 갤러리미래의 관장과 부관장으로 나오는 라미란과 수애 

‘내부자들’이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숨 막히게 맞춰 나가는 이야기, 스토리라인을 선과 면의 횡으로 확장해 나가는 영화라면 ‘상류사회’는 욕망에 관해 종으로 파고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장면, 한 인물의 모든 측면은 아니라 해도 어떤 장면 장면들, 어떤 인물의 몇몇 부분이나 인물간의 관계나 감정에서 ‘나’를 볼 수 있다. 욕망은 그 색과 결을 달리할 뿐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지 않은가.

 

장태준과 오수연은 각개격파로, 자신이 지닌 무기로 욕망을 달성하고자 한다. 젊은 나이에 유수 대학의 경제학과 전임교수가 되어 방송 패널로도 잘나가는 장태준은 시민은행을 만들고 싶어 하고 그 지름길이 국회의원이라는 금배지 열차라면 마다하지 않고 탑승하려 한다. 

 

오수연은 금수저로 태어나기는커녕 금딱지 한 장 없이 살아왔기에 미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이화란 미래미술관 관장을 도와 그의 남편인 미래그룹 한용석 회장(윤제문 분)의 비자금을 그림으로 세탁하며 부관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관장이 되어 자기 색깔을 담은 전시회 열 날을 욕망한다.

 

각자의 길을 달렸던 장-오 부부는 상류사회 입구에서 조우하고 만만찮은 진입문턱에 걸려 넘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만큼 상류사회는 한 줌도 안 되는 자들의 폐쇄구역, ‘그들만의 리그’인지라 부부의 의도치 않은 조우와 위기는 필연적이다.

 

▲ 국회의원을 꿈꾸는 장태준 교수와 관장직을 노리는 오수연 부관장

 

애초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 전개가 목적인 영화가 아니기에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장태준의 욕망으로 가는 길에 민국당 안 의원(김해곤 분)과 정종형 대표(남문철 분), 기업인의 탈을 쓴 깡패 백광현(김강우 분)이 걸림돌로 나서고 오수연이 달리는 길을 민 실장(한주영 분)과 한 회장의 아들 제이슨(박성훈 분)이 막아서지만 결국 모든 길의 주인은 한 회장과 이 관장이다.

 

부부인 한 회장과 이 관장은 서로를 죽일 듯 증오하며 땅 따 먹기 싸움을 하지만, 둘 간의 비율이 달라질 뿐 한 뼘도 남에게 줄 의향은 없고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영화 ‘상류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각 인물들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어떤 몸부림들을 치느냐, 그것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했느냐이다.

인간의 욕망 중 큰 부분인 성적 판타지가 박해일과 수애의 각기 다른 느낌의 정사 신을 통해 표현되기도 하고, 자신의 섹스동영상을 쥐고 있는 후배에게 무릎을 꿇기도 하고, 정경 유착의 비밀장부를 훔치기도 한다. 크지 않은 역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김강우가 참치 머리 하나 칼질하며 오금을 저리게 하기도 한다. 

 

상류사회의 민낯을 신랄하게 드러내는 명대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재벌들만 겁 없이 사는 거야”(민 실장), “자기(오수연)가 백날 땀 흘려 봐야 제이슨 몸속의 한용석 피 한 방울을 못 이겨”(이화란 관장), “이 나라가 좋은 게 다들 억울해. 자기 자리에 만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들 저 꼭대기가 자기 자리라고 믿고 살아”(정종형 대표) “이 나라가 좋은 게 다들 부족해. 자기가 가진 돈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 “있는 놈이 밥값 내는 거 봤어? 아쉬운 놈이 와서 돈 쓰고 가는 거야”(이상 한용석 회장).

특히나 절정을 지키려는 자들, 한용석 회장과 이화란 관장으로 대변되는 상류사회 구성원들이 욕망하는 방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대학 시절, 한 교수로부터 ‘너희들이 부자인 줄 아느냐. 부자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 너머에 있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우리는 들어가 본 적이 없고 본 게 없으므로 상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수치로 그들의 부를 환산해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이 왔던 기억이 있다. 

 

한용석 회장이 일본 여성 미나미와 벌이는 행위가 적어도 웬만한 사람의 상상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적이어야 하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한 회장의 육체에 욕망의 살덩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야 하는 것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 상류사회 인물관계도


영화 ‘상류사회’에는 잔잔한 재미가 꽤 있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이화란 관장(라미란 분)의 돈과 법 관계를 살뜰히 지키고 살피는 박 변호사(김승훈 분)가 급 무릎을 꿇고 성심껏 관장의 발을 마사지한다. ‘삼단계로 모시겠습니다, 중저골 들어갑니다’라는 부위별 안내 멘트도 잊지 않는다. 박 변호사에게 이 관장은 고객이 아니라 상전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거니, 변호사는 마사지를 해도 학구적으로 서비스하는 식으로 그려 작은 웃음을 주려는 장면이거니 했는데 쓰임이 거기서 다가 아니다. 

 

이 관장과 한 회장 부부의 재산싸움을 활용해 상류사회를 에워싼 높고 높은 장벽을 넘어보려다 울타리에 흐르는 100만 볼트 전류에 감전돼 너덜너덜해진 오수연(수애 분)에게 포기를 권하며 박 변호사가 쐐기를 박는다. 

 

“두 분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안으로 피터지게 싸워도 담장 밖으로는 돈 한 푼 흘러가게 놔두질 않아요. 저희랑은 달라요”. 만일 박 변호사의 발마사지 장면이 없었다면 “언감생심, ‘너’는 안 돼”로 들렸겠지만, 배운 것 많은 전문 직종의 변호사인 자신도 집사에 몸종일 뿐인 현실을 이미 오수연 앞에 아니 우리 앞에 노출시켰던 바 ‘저희’라는 단어가 귀에 와 박힌다.

그 밖에도 ‘아킬레스건’ ‘꼴통’이라는 단어 혹은 형상이 색과 맛을 달리하며 재미를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많은 메타포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으니 직접 찾아보는 즐거움을 맛보길 바란다.

 

▲ 영화 안팎에서 동지적 관계를 보여 준 배우 수애와 박해일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쓸 때면 극장에 가서 관객들과 영화를 보거나 이미 관람한 분들이 올린 글들을 살핀다. “악평이 많이 기대 없이 봤는데 내게는 꽤나 재미있었다”는 의견,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보러 갔을 때 봤던 예고편 때문에 선택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는 호평, “다른 정보 없이 박해일, 수애 나와서 보러 갔는데 내가 당하는 일 같아서 스트레스 심히 받다가 ‘이건 영화다, 영화다’ 정신 차리고 재미있게 봤다”는 감상 등을 많이 참고했다. 

 

청소년관람불가영화인데 박스오피스 2위, 그 수치에도 관객의 마음은 담겨 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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