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자녀공제 0.5억→5억으로 상향…최고세율 40%로 인하

안재성 기자 / 2024-07-25 18:54:03
정부 25년 만에 상속세제 전면 개편…과세표준 상향조정
17억 아파트, 배우자·2자녀에 물려주면 0원…세부담 완화
결혼세액공제 신설·'K칩스법' 3년 연장…5년간 세수 4.4조↓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최고세율을 낮추고 과세표준을 상향조정하는 등 전면적으로 완화한다.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세액공제해주는 'K칩스법'은 3년 연장한다.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도 2년 연장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최대 화두는 2000년 이후 25년 만의 상속세 개편이다. 현행 상속세제는 △1억 원 이하 10% △1억~5억 원 20% △5억~10억 원 30% △10억~30억 원 40% △30억 원 초과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2억 원 이하 10% △1억~5억 원 20% △5억~10억 원 30% △10억 원 초과 40%로 조정하기로 했다. '30억 원 초과 50%' 구간을 없애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10% 과표 구간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또 자녀공제를 현행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상향한다. 만약 배우자가 있고 자녀가 두 명이면 17억 원(2억원의 기초공제, 1인당 5억원의 자녀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에 대해선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자공제 5억~30억 원(법정 상속지분 한도), 일괄공제 5억 원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의 기회발전특구에서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상속세를 전액 면제한다. 지난 7월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발표된 가업상속·승계 제도 개선안에 일부 추가된 안이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한다. 신혼부부 1인당 50만 원씩, 최대 100만 원을 세액공제해준다. 올해 1월 1일 혼인신고분부터 소급 적용되며 2026년까지 3년 간 생애 1회 한정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용을 늘리면 고용주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인 통합고용세액공제도 대폭 손질된다. 기존의 상시근로자 중심 지원에서 근로기간 특성을 반영해 '계속고용'과 '탄력고용'이라는 개념으로 바꾼다.

 

1년 이상 통상의 근로자인 '계속고용'에 대해서는 고용증가 인원에 대한 지원액을 상향한다. 기간제 또는 단시간 고용인 '탄력고용'에는 인건비 지출 증가분에 대해 정률 지원하고 임시직·초단시간 근로자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다.

 

'K칩스법'은 3년 연장하되 세법상 중견기업 범위를 중소기업의 업종별 3배 수준으로 조정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은 당초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으나 2년 연장한다. 다만 하이브리드차는 감면 한도를 대당 10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30만 원 축소한다.

 

매출액 5억 원 초과 사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부가가치 세액공제는 하향한다. 창업 중소기업에 주는 고용증가 세액 감면제도는 한도를 설정한다.

 

'임직원 할인'에 대해서는 시가의 20% 또는 연 240만 원까지 비과세하기로 했다. 주요 대기업이 임직원 복리후생 명목으로 자사 및 계열사 제품 구입 시 주는 할인 혜택을 소득으로 볼지에 대해 과세 규정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2년 유예할 방침이다. 과세체계와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두 차례 유예된 사안을 또 다시 미루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궤를 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중심으로 거론됐던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종부세 추가 완화를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최근 심상치 않은 부동산시장 움직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격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14일 간의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직전년도 대비 증감을 계산해 연도별 세수 변화를 파악하는 순액법 기준으로 향후 5년 간 총 4조3515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항목별로는 상속·증여세 4조565억 원 소득세 4557억 원 법인세 3678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는 3565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 세법 체계와 비교해 향후 5년 동안 발생하는 세수 효과를 누적하는 누적법 기준으로는 세수가 18조3942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향후 5년 간 매년 367조4000억 원(올해 국세수입 예상 규모)의 세금이 걷힌다고 가정할 때 기존 세법대로라면 5년 간 총 1836조6000억 원 규모지만 이번 개정으로 18조3942억 원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세수 감소의 대부분이 상속·증여세에서 발생해 국회 세법심사 과정에서 '부자감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5년 간 고쳐지지 않은 상속세제를 개편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부자 감세가 아닌 경제의 선순환 측면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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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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