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미 테리 사건' 터졌는데도…얼빠진 세종연구소

송창섭 / 2024-08-01 18:29:44
광화문 이전 맞아 美 안보정책 등 세 분야 충원하면서
공고에 '美정부기관 경력자 우대' 넣었다 논란 일자 바꿔
연구소 측 "특정인 내정 얘기가 있어 규정 바꾼 것"

외교부 소관 국가정책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가 지난달 19일 상임연구위원을 임용(초빙)하면서 우대조건으로 '미국 정부 기관 3년 이상 근무자'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내용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수미 테리 사건'을 놓고 한·미 간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분야 국책 연구기관이 공개적으로 미국 정부 기관 출신 우대를 내세우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지난 5월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 외교 전문가는 1일 "미국 정부 기관에 3년 이상 근무하려면 사실상 미국 시민권자이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누가 미국 정부에 스파이 의심을 받아 가며 원서를 내겠는가"라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관계자도 "미국 싱크탱크나 학계면 몰라도 정부 기관 출신을 우대하겠다고 한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연구소 개원 이래 외국 정부 기관 출신 우대를 내세운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세종연구소는 외교부 소관 국책연구기관으로 국내 대표적인 통일‧외교‧안보 싱크탱크다. 전신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사태로 숨진 외교사절 유족 지원 기금으로 설립된 일해재단이다. 일해(日海)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다.

 

▲ 세종연구소 로고

 

세종연구소는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부지를 방산기업 LIG넥스원에 매각하고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 부근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이번 인력 충원은 연구소 이전을 맞아 진행됐다.

 

미국 안보정책, 군사무기체계, 일본 안보정책 분야에서 총 3, 4명의 상임연구위원급 인력을 뽑는 과정에서 당초 세종연구소는 '미국 정부 기관 또는 미국 싱크탱크·학계에서 3년 이상 근무 경험 한 자'와 '사이버안보 등 신(新)안보 분야까지 담당할 수 있는 지원자' 등을 우대조건으로 내걸었다. 

 

때마침 '수미 테리 간첩 사건'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미 중앙정보부(CIA) 분석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출신 한국계 미국인 수미 테리(한국명 김수미)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우리나라 국가정보원 비밀 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 결과 드러났다. AP 등 미국 언론들은 미 정보당국자 입을 빌려 "동맹국일지라도 국익을 위협하는 정보나 지식을 넘겨선 안 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세종연구소 인력채용 공고. 연구소는 미국 정부기관 근무 경력자(왼쪽)를 우대 조건으로 내걸었다가 논란이 일자 조건을 바꿔 공고(오른쪽)했다.

 

파장이 뒤따르자 세종연구소는 '미국 정부 기관, 싱크탱크, 학계 근무 경력자'를 '연구 경력 10년 이상 유경험자'로 수정해 공고했다. 

 

이번 상임연구위원은 오는 19일까지 원서 접수를 받고 1차 서류, 2차 면접 심사를 거쳐 오는 10월 정식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임용 논란과 관련해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공고가 나간 후 특정인이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어 규정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KPI뉴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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