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환율 변화에 보험사 파생상품 손실 15조…전년比 3.5배↑

유충현 기자 / 2025-04-18 17:38:45
대내외 변수 탓…환헤지 목적 파생상품 대규모 손실
올해도 불확실 높아…"손실 가능성 높은 구조"

국내 보험사들이 지난해 파생상품 운용 과정에서 15조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대내외 변수가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생명보험 14개사, 손해보험 11개사)들은 지난해 파생상품에서 15조317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4조3262억 원) 대비 약 3.5배나 급증했다. 업권별로는 생명보험사 14곳이 10조8160억 원, 손해보험사 11곳이 4조5019억 원씩 손실을 봤다. 

 

▲ 국내 보험사(생보 14개사, 손보 11개사)의 2023~2024년 파생상품 손실 추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파생상품 손실이 이처럼 커진 것은 원·달러 환율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보험사 파생상품은 주로 해외자산에 대한 환헤지 목적으로 거래한다. 2023년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400원대로 급등하면서 기존 파생거래의 손실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의 손실액이 3조483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보생명(2조483억 원), 한화생명(1조2523억 원), 농협생명(1조845억 원), 현대해상(1조730억 원), DB손해보험(1조781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파생상품 손실은 회사에 큰 문제가 안 된다. 환율 변동으로 손실이 발생한 만큼 외화자산의 평가이익이 올랐으니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손실액만 보면 마이너스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대신 재무상태표의 외화거래이익도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서로 상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보험사들로서는 거시경제 방향성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맞춘 파생상품 전략을 구성하게 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른바 '헤징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영 보험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계엄으로 인한 탄핵 정국같은 건 사실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환율이 단순히 오른 게 아니라 급등락을 반복했기 때문에 보험사들로서 더욱 대응하기 난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픽사베이]

 

실제 보험사들의 파생상품 손실은 변동성이 높았던 4분기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생보사들은 파생상품으로 4조1000억 원, 손보사들은 1조3208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 그런데 4분기에 미국 대선과 국내 비상계엄 영향이 반영되면서 생보 8조2175억 원, 손보 3조2586억 원의 손실이 일거에 반영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보험사들이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내 정세의 혼란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특정한 방향성만 예상된다면 어느 정도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현재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문 센터장은 "미국이 하루아침에 관세를 어떻게 매길지, 후속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전략을 세워 대비하더라도 결국에는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고 관측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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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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