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기대감 선반영…건전성 하락 우려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대 수혜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보험주는 약세다.
26일 KRX보험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5% 하락한 2447.3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민주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직후 거래일임에도 약세란 점이 눈길을 끈다.
전날 토론회에서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장은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석 수는 절대적이라 9월 내 3차 상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이 자사주 문제를 꺼낸 것은 의결권 없는 자사주가 특정 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또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연히 주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므로 정부·여당이 추구하는 증권시장 밸류업에 부합한다.
이미 여러 법안이 발의돼 있다. 김현정 의원안은 기존 보유 자사주를 6개월 이내에, 신규 자사주는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남근·민병덕 의원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세부 내용에서 차이는 있지만 임직원 보상 등 예외적 사유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소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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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 보험사의 자기주식 보유 현황.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보험업종은 국내 증시에서 증권업종과 더불어 자사주가 많은 업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2603개사 중 자기주식 보유량 상위 100위 안에 보험사가 8곳 포진해 있다. △한화생명(2위, 1억1714만 주) △미래에셋생명(5위, 4654만 주) △삼성생명(17위, 2043만 주) △코리안리(18위, 1810만 주)등 최상위권에도 다수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런데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보험주가 정작 부진하다. KRX보험지수뿐만 아니라 개별 종목들도 대체로 약세다. 미래에셋생명이 1.58% 상승세를 보였을 뿐, 삼성생명(-1.63%), 한화생명(-1.75%) 등 나머지 대부분 보험사는 1% 내외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미 보험주에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선반영된 영향이라고 본다. KRX보험지수는 저점이었던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120% 급등했다. 높은 상승률에 이재명 대통령의 자사주 소각 공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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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6개월간 KRX보험지수 추이.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기대가 주가를 과도하게 띄웠다"며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보, 코리안리 등 보험주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회사 상황에 따라 자사주 소각이 오히려 기업가치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자사주는 주당순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만 동시에 자기자본이 감소한다"며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 자사주 소각은 지급여력비율(K-ICS) 악화로 직결돼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장기부채 비중이 높은 생보사일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변동성이 커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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