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옆에 놓인 의료 AI…'필요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첩첩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5-08-28 17:39:13
의사 돕는 의료 AI, 환자 사망률 낮추고 작업 단축
혁신 의료 입증에도 AI에겐 여전히 높은 병원 문턱
투자 비용 높고 의료 정책도 현실과 동떨어져
팽창하는 시장…의료진 AI 불신 해결이 가장 시급

TV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촬영지로 유명한 용인세브란스병원. 이 곳의 주요 의료 자산과 사람에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위치정보 태그가 부착돼 있다. 엑스레이 판독이나 디지털 병리 전 과정에는 AI(인공지능) 보조 솔루션도 활용된다.

병원은 이들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생체 신호와 위치 정보를 실시간 관리하고 환자에게 호흡이나 심박수가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조치에 들어간다.
 

▲ AI를 활용해 의료 활동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GPT-4o]

 

이 모든 과정은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지난 2020년 지금의 기흥구로 이전하면서 디지털 병리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가능해졌다. 성과는 컸다. 환자 사망률이 감소한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 도입 전 1000명 당 1.5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0.9명으로 줄었다. 병원은 환자의 의무기록 관리에도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 소요 시간을 85%나 단축했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 27일 필립스코리아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헬스케어 AI'를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사례를 공유하며 "사망자 감소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이자 굉장히 획기적인 데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병원 이전시 '디지털혁신 병원'을 목표로 잡았고 그 의지에 맞게 모두가 노력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성공 사례에도 AI 진입 쉽지 않은 병원

 

하지만 모든 병원이 이 곳 같지는 않다. 정확한 진단과 빠른 대응, 환자 맞춤형 치료처럼 여러 입증된 장점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여전히 AI 기술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다. 장비와 솔루션 도입에 필요한 비용과 현실을 반영 못한 의료 수가, AI에 대한 불신이 해결되지 못한 탓이다. 병원과 의사, AI 기업 모두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이 크다.

비용은 가장 현실적인 난관이다. 의료 AI 기업들은 개발비 대비 공급 가격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병원은 여전히 투자비가 부담스럽다. 지속적인 데이터 업데이트와 재교육까지 고려해야 하는 터라 '비용과 효과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MR(전자의무기록), PACS(의료영상정보관리시스템) 등 이미 사용 중인 장비에 AI 솔루션을 연동시키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유지보수도 문제지만 기존 장비에 익숙한 직원들을 설득도 해야 한다. 'AI 도입이 성가시고 귀찮다'는 인식이 의료진 사이에 팽배해 있으면 병원도 AI 도입을 미룰 수밖에 없다.

의료수가 제도와 행정 절차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혁신 의료를 적용하려면 환자에게 여러 장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복잡한 문서 과정도 거쳐야 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이 혁신의료를 도입하며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난제도 여기에 있다.

김 병원장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에 도움이 되면 수가에 반영돼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고 매번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점도 병원으로선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유용성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리고 동의 절차도 줄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AI에 대한 신뢰는 평가가 엇갈린다. AI는 보조 도구일뿐 '최종 평가와 책임은 의사가 진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AI 활용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AI가 단순 정밀 작업을 대신하면 수고와 노력을 줄일 수 있지만 잘못된 데이터 사용에 따른 책임과 비난은 오롯이 의료진의 몫이어서다.

중견 의료 AI 솔루션 개발사의 한 고위 임원은 의료 AI 확산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 '의료진의 AI 불신'을 꼽는다. AI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 형성이 가장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AI 사용을 환영하는 의사들도 많지만 현장 다수는 여전히 AI 사용 오류로 인한 '불편·불신·책임 부담'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일부 의사들은 AI를 '간섭자'라 여기며 AI 데이터 확인과 검증을 '진료보다 귀찮은 일'로 간주하고 있다"고도 했다.
 

인식은 빠르게 개선…의료 AI 시장도 팽창

 

여러 어려움에도 의료 AI 시장은 빠르게 확장 중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리서치네스터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는 의료 진단 AI 시장은 2024년부터 2037년까지 매년 26.1% 성장할 것으로 봤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2024년 2900억 달러였던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44%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AI 사용으로 의료 환경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상승하고 AI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점은
희망적이다. 헬스케어 기업 필립스가 발표한 '2025 미래건강지수 한국 리포트'에 따르면 의료 전문가들은 AI 도입이 환자 진료 수용성 확대(92%), 대기 시간 단축(91%),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의료 개입(89%), 반복성 작업의 자동화(85%)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한국도 5G 인프라와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와 기업 모두 다각도로 해법을 마련 중이다. 의료 AI는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실현에서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고 시장도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 AI 기업의 한 임원은 28일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어려움에도 의료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의료 AI 시장도 발전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AI를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한 만큼 의료 AI 환경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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