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거절하는 손보사들…의료자문 통한 거절, 4년간 4.2배 ↑

유충현 기자 / 2024-12-18 17:30:46
상반기 손보사 '의료자문 부지급' 건수 2889건 달해
"보험사 측에 유리한 제도…대책 마련한다지만 효과 의문"

최근 몇 년 간 손해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가 급증하면서 제도를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2889건이었다. 4년 전 같은 기간(682건) 대비 4.23배 늘었다. 

 

의료자문 부지급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흐름이다. 2020년에 1118건이었던 것이 2021년에는 1666건으로 49% 늘어나더니 2022년에는 4989건으로 갑자기 3배 가량 급증했다. 2023년엔 4606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의료자문 부지급 건수가 처음으로 5000건을 넘길 전망이다.

 

의료자문 제도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때 제3의 의료기관에 보험계약자가 제출한 진단서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제도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해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 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에 의한 부지급 건수' 연도별 현황(2024년 그래프는 추정치). [손해보험협회 공시자료 재구성]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오랜 기간 100%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자문 제도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보험금 지급은 선량한 계약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며 "지난 몇 년간 보험금 청구건수 자체가 늘었으니 의료자문 실시건수가 많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손보사를 대상으로 한 보험금 청구건수는 2020년 상반기 2494만5560건에서 올해 상반기 4080만6186건으로 분기당 평균 6%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들의 의료자문 실시는 2만6580건에서 3만1819건으로 분기당 평균 5%씩 늘었으니 비슷한 비율로 증가한 셈이다. 분기별 의료자문 실시율은 2020년 상반기 0.09%에서 2024년 상반기 0.08%로 수준이 일정했다.

 

문제는 의료자문을 실시한 뒤 '부지급 결정'이 나온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20년 상반기에는 전체 의료자문 실시건수 중 3.16%만 부지급 결정을 내렸는데 이후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올라 올해 상반기에는 그보다 3배 가까이 많은 9.08%에 달했다. 작년 1분기(7.75%)와 비교해도 1.33%포인트 높다.

 

이 때문에 의료자문 결과를 놓고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종종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보험금 부지급·삭감 수단으로 남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픽사베이]

 

박지현 손해사정사는 "보험사들과 일반 계약자들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워낙 크다"며 "절차가 복잡해지고 길어질수록 아무래도 회사 측에 유리하게 굴러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 업무를 위탁받은 손해사정업체가 현실적으로 '을'의 위치라 일방적으로 손보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8월 '제2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부당한 보험금 지급거절 방지책을 마련했다. 핵심은 가입자가 진료받은 의료기관보다 상급기관에서만 의료자문을 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선 현장의 평가다. 박 손해사정사는 "현재도 보험사의 의료자문 실시 기관은 대부분 상급병원"이라며 "대형병원에서 진단서를 받고도 보험사에서 거절당하는 사례가 많은데 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안성준 지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료법 2조에 따라 의사는 진단과 처방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다"며 "물론 보험사기 등을 조심해야 하지만 의료자문 행위는 치료담당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헙업계 관계자는 "계약관계만 따진다면 환자는 진단서 제출만으로 입증책임을 다한 것"이라며 "진단서의 소견이 잘못됐다면 그것을 발급한 의료기관이나 의사를 상대로 따질 일이지 보험계약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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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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