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전세사기 몰랐다'는 국토장관 후보자…피해자들 "공범에 가까운 사람"

유충현 기자 / 2023-12-20 17:30:24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지켜본 피해자들, 실망감 '표현'
박상우 후보자, 전세사기 피해 양산한 회사서 사외이사 지내

"거의 전세사기 공범에 가까운 사람이 전세사기 문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다들 기가 막혀 하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도 전혀 보이지 않아 걱정되네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20일, '빌라왕 김대성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철빈 전세사기피해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청문회를 지켜보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와 여야가 함께 공언했던 전세사기 특별법 후속입법이 약속했던 시한을 넘기고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차기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피해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에 대해 장관 후보자의 입장은 이날 청문회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 중 중 하나였다. 피해자들이 '선구제 후회수' 방식의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에 회의적인 정부·여당과 법 개정을 요구하는 야당이 대립하고 있는 문제라서다. 

 

청문회장에서 박 후보자는 이 문제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전세사기와 관련된 질의가 나오면 박 후보자는 짧고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우선적으로 구제하겠느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노력하겠다"고 했고,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한다는 맹성규 의원의 질의에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후보자가 준비한 2880자 길이의 청문회 모두발언에도 전세사기 피해구제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공공의 보증금 지원, 채권 매입 등 공적재원을 직접 투입하는 문제는 국가재정운용의 원칙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답한 내용이 있지만, 이는 국토부가 올해 초부터 반복했던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가 오히려 전세사기 피해를 양산한 부동산 신탁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현재까지 신영부동산신탁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 기간 신영부동산신탁에서 관리하는 4667건의 부동산 가운데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등 13개 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년간 이 문제가 한국사회 가장 어둡고 암울한 상황 연출했는데, 부동산 신탁회사 사외이사를 하면서 그런 책임감이나 감수성도 없었느냐'는 심 의원의 지적에 "과거에 있었던 신탁등기 통한 담보대출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무지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문회를 지켜본 피해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안상미 피해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 문제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책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신탁대출이 있는지도 모르면 그 자리에 왜 가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간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후 가장 문제가 된 부분 중 하나가 신탁주택"이라며 "본인이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면서 몰랐다면 무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몰랐더라도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도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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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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