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판매 중단한 곳도…"성장성 높지만 손해율 예측 어려워"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들의 대응은 엇갈린다. 적극적인 확대전략을 펼치는 손보사가 있는 반면 펫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등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 곳도 다수다.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 10곳의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신계약건수는 9만305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9% 급증한 수치다. 보유계약은 16만2111건으로 48.6% 늘었다.
반려동물보험 원수보험료도 799억 원으로 2018년 11억2000만 원에 비해 6년 만에 시장이 73배 커졌다.
업계에서는 아직 펫보험 가입률은 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중은 지난해 28.6%였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체 반려동물 수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합하면 약 746만 마리로 추정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4년 8조5000억 원에서 2032년 21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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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반려동물보험 성장 추이. [손해보험업계] |
시장 선점을 위해 일부 손보사들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펫보험 시장 선두주자인 메리츠화재는 올해 간편심사 상품을 도입했다. 기존 질환이 있거나 병원 치료 이력이 있는 반려동물도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DB손해보험도 올해 상반기에만 펫보험 관련 특약으로 4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이밖에 삼성화재, 현대해상, 캐롯손해보험 등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신중한 접근을 보이는 곳도 상당수다. 하나손해보험은 2020년부터 3년간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판매하다 2023년 말부터 중단했다. 한 손보사는 최근 펫보험 확대를 검토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몇몇 손보사들이 주저하는 이유로 '아직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꼽는다. A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은 경험 통계에 의해 미래의 예측 손해율을 구한 뒤 거기에 마진을 붙여서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매력적인 시장인지 아닌지가 검증이 안 됐다"고 말했다. 손해율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적자가 날 위험이 높다.
실제 손해율은 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손보사가 명확한 손해율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펫보험 연간 평균 보험료는 55만 원이고 반려견 양육자들의 월 평균 병원비는 6.02만 원으로(연간 72만 원)이다. 단순계산으로도 병원비가 더 높다. 특히 병원비 지출이 많은 상위 그룹에 보험 가입이 집중됐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손해율은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손보사 관계자는 "가입된 강아지를 완전하게 식별할 수단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반려동물에는 사람처럼 주민등록 제도가 확실치 않고, 이미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를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이란 점도 문제시된다. C 손보사 관계자는 "동물병원은 의료수가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며 "이 때문에 분쟁도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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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견 또는 반려묘 양육자의 월 평균 병원비 분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표준진료비 도입 정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표준진료비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이 예상 진료비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 보험 가입 동기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위험관리가 한층 용이할 전망이다.
다만 공약이 실행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구심이 크다. 수의사 단체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가격 담합을 조장한다는 법적 논란도 야기될 수 있어서다.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카르텔일괄정리법'으로 동물병원 진료보수기준을 폐지할 당시 제시한 이유가 가격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2009년에는 부산시수의사회가 백신접종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가 공정위로부터 '담합' 판정을 받아 3000만 원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입법 움직임도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수의사법 개정안 17건이 제출돼 있지만 표준수가제 내용을 담은 법안은 한 건도 없다.
김수린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진료체계를 표준화한다면 보다 합리적인 상품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보험사가 개별 동물병원과 제휴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 상품을 설계하는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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