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적체되면 보험산업 경쟁력에 부정적"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보험사 매물의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단 한 곳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는데, 올해도 연초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등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AXA손해보험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지만 이렇다할 인수 희망자가 없어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고 있다.
그나마 진척된 곳이 MG손해보험이다. MG손보는 2022년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세 차례나 공개매각에 실패했으나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추진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반적인 M&A와 달리 고용 승계 의무가 없고 인수자가 원하는 자산만 선별해 인수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MG손보 노동조합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7일 MG손보 본사에 실사장 설치를 시도했지만 노조 반대에 막혔다. 노조는 고용 보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실사 진행을 반대하고 있다.
매각 추진 주체인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 노조를 대상으로 업무방해, 출입 금지 방해 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 |
| ▲ [픽사베이] |
한때 '알짜매물'로 꼽히던 롯데손해보험도 점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 매각 절차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롯데손보에 대한 수시검사에 돌입하는 등 건전성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검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수시검사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인수를 타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할만한 대목이다.
지난 5일에는 자본확충을 위한 1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도 실패했다. 투자자들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후순위채 발행이 무산되면서 자본건전성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K-ICS)은 128.72%로 전년 말과 비교해 약 46%포인트 급락했다.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에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334억 원(101건) 규모의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 경영진 체제에서도 부당대출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정기검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면 두 건의 보험사 인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 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자회사 인수가 가능하다.
보험사 매물들이 쌓이는 건 높은 가격과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추가 비용 부담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매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에도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산업이 올해도 성장이나 수익성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매수자의 적극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A 매물 적체가 지속되면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편익 측면 모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모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경영전략을 세우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산업 전체적인 자본 비효율이 높아지고 서비스 개선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