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 못 내린다" vs "7월에 인하할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 예상대로 12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에 쏠려 있는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 인하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 정도까지 둔화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 3.50%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금통위원은 1명뿐이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총재 말대로라면 사실상 하반기 인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던 물가상승률은 2월(3.1%)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3월(3.1%)까지 2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이 유지되고 있다.
이상기후로 과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정부가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출하량이 크게 줄어 농산물 가격을 억누르긴 쉽지 않은 흐름이다.
유가도 심상치 않다. 연초 배럴당 7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최근 90달러대를 넘나들고 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감산이 지속되고 있어 유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연내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예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지금처럼 고공비행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까지 내려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들이 보는 금리인하 시기도 자꾸 뒤로 밀리고 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한은이 9월이나 10월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면서도 "더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아직 높다"며 "올해 한은은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한은은 7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물가와 함께 한미 금리 역전폭이 2.00%포인트에 달한다는 점도 한은 금리인하 예상시기가 연기되는 것에 한몫 했는데 이 총재는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이 총재는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탈동조화되는 흐름"이라며 "국내 물가상승률을 더 고려해야 하므로 연준보다 먼저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고 물가는 높아 연방준비제도(Fed)는 여전히 공고한 긴축 기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 대비 3.5% 올랐다고 발표했다. 2월(3.2%)보다 상승폭이 확대된 데다 시장 예상치(3.4%)도 웃돌았다. 물가가 높을수록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간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서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진 못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총재가 유연한 태도를 표한 점은 시장에서 꽤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준이 3분기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한은이 먼저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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