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깡통주택' 문제…전세보증한도 70% 제한하면 해결"
"임대인에 보증보험 가입의무 부과해 보증금 즉각회수 보장"
"어떤 도로가 위험하게 생긴 탓에 자꾸 사고가 발생한다면 당연히 도로의 구조를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고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구조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찍부터 전세제도가 가진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최근 빈번한 전세사기·깡통주택 문제에 대해서도 "교통사고처럼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세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에 생겼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판'을 만들자는 것이 임 교수의 주장이다.
KPI뉴스는 28일 세종대학교에서 임 교수를 만나 전세제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임 교수가 구상하는 전세제도 개선방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제한해 '깡통주택'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둘째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 정도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임차인들이 '덜렁덜렁' 계약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이 마음 놓고 전셋집에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
| ▲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유충현 기자] |
ㅡ예전부터 우리나라의 전세제도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우리나라 전세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특이한 제도다. 뒤져보면 비슷한 방식이 더러 있지만 임차인의 지위가 이렇게 약한 형태는 우리뿐이다. 제도 자체가 세입자를 전세사기에 노출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100년간 운영해 왔으니 전세사기 문제가 수십 년간 계속 터진다. 도로가 이상해 그곳을 지나가는 차량들이 자꾸 반복적으로 사고를 당한다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로 구조를 고쳐야 하지 않나."
ㅡ전세제도의 어떤 부분이 위험한 것인가.
"전세는 시장 등락에 따라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이다. 집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세입자가 나간다고 하면 그때부터 돈을 돌려줘야 하는 임대인은 걱정하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이런 폭탄을 집주인들이 1, 2개쯤 갖고 있었다. 그런데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시작되면서 한 사람이 폭탄을 100, 200개 쌓아두는 시대로 바뀌었다. 전셋값이 하락하는 등의 이유로 '깡통주택'이 되면 임대인 개인의 대처가 불가능한 대형 파산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의 상황이다."
ㅡ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들이 '덜렁덜렁' 계약했다고 한다.
"국민이 '덜렁덜렁' 임대차계약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도가 올바른 제도다. 별 걱정 없이 계약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제도설계자들의 역할이다. 계약을 하면서 상대방이 사기를 치는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 ▲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28일 KPI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세시장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
ㅡ어떻게 고쳐야 하나.
"우선 전세가율이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해서 '깡통주택' 발생을 막아야 한다. 전세가격이 집값에 비해 너무 높아서 깡통주택이 생긴다. 전세가율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긴 어렵지만 전세금반환보증 비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딱 70%만 보증하겠다고 해 보자. 공적 보증으로는 70%만 돌려줄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받으라 하면 자연스럽게 전세가율 70%의 상한선이 생길 것이다."
ㅡ꼭 깡통주택이 아니더라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가 계약 만료 시점에 집주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즉각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게 하자는 것이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목돈을 대출해주고 그 대가로 집을 사용할 권리를 받는 형태다. 계약할 때 주고받은 것을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은 어려운 법·제도 이야기가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다."
ㅡ아무리 좋은 방안이라도 현 상태에서 갑자기 적용하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보증비율을 낮추면 줄어든 전세보증금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지 않나.
"쉬운 방안은 아니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민의 주거비 부담에 대해서는 월세에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월세와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비교한 뒤 월세로 인해 임차인의 부담이 증가한 부분에 소득공제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ㅡ전세제도의 구조를 바꿔내는 일은 결국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다.
"이미 발생한 피해를 지원하는 것과 예방을 위한 구조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 제21대 국회에서 두 작업을 함께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가오는 제22대 국회에서는 이런 구조개혁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ㅡ구조개혁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지원하는 문제도 여전히 중요한 현안이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에서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정부는 옹색한 논리를 들어가며 전세사기 피해지원에 소극적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이전보다 진일보한 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감정가와 실제 매각가의 차액을 피해자의 보증금으로 인정해주겠다고 한 것은 굉장히 전향적이다. 재정적 지원만큼은 절대 안 된다던 고집을 꺾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다만 하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 전날 발표한 점이 시기적으로 묘하다. 미리 좀 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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