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스크·트럼프 高관세 우려 커"…기업·증권사 '비상'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 상황에서 계엄 사태까지 더해져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증권업계 수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IPO 규모는 1875억 원으로 전월(6400억 원) 대비 70.7% 급감했다. 또 같은 기간 회사채 발행 규모는 30조3224억 원에서 25조1046억 원으로 17.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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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계엄 사태'로 시장에 돈이 마르면서 IPO와 회사채 발행도 부진한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달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아이에스티이, 듀켐바이오, 쓰리에이로직스, 모티브링크, 삼양엔씨켐, 파인메딕스, 온코크로스 등 주로 코스닥에만 신규 상장했으며 코스피에 입성한 기업은 엠앤씨솔루션 한 곳뿐이다.
케이뱅크, SGI서울보증 등 기대를 받던 대어들은 모두 내년 초로 상장 시점을 미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으니 대어급일수록 더 신중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5조5809억 원에 그쳤다. 지난달 수준은 물론이고 지난해 12월(15조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통상 12월은 회사채 발행이 줄어드는 시기이긴 하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회사채 수요가 줄었다"며 "기업들도 이를 감안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발행을 꺼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경기 부진은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고관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불확실성을 키웠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일 것으로 전망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쳐졌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시장에 돈은 말라가고 IPO와 회사채 발행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치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 사이 관련 우려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고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 불안정이 내년에도 금융시장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당분간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IPO와 회사채 시장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와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질수록 기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경영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증권사 수익에도 악영향이 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IPO와 회사채 발행 주관은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이 시장이 부진할수록 증권사 이익도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후 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은이 닷새 동안 환매조건부채권(RP) 14조 원을 매입한 게 전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RP 매입은 한은이 늘 하는 일"이라며 "이번에 규모를 좀 늘렸을 뿐, 특별한 움직임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실제로 주식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건 재정에 부담이 갈 뿐 아니라 자칫하면 그만큼 국내 사정이 어렵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져 더 큰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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