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대책서 '주택수 제외' 특혜 줬지만 '빌라포비아' 되돌리긴 역부족
전세사기도 빌라 기피에 한몫 …"실수요·투자 모두 없는 망한 시장"
정부가 연초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소형·비아파트 주택 매입을 독려하기 위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R-ONE)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거래된 60㎡ 이하 비아파트 주택은 2만4173건으로 전기(2만5320건)보다 4.5%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외 지역에서 감소폭이 컸다. 서울은 1분기 중 소형·비아파트 거래량이 7419건으로 전기(7516건) 대비 줄어든 정도(-1.3%)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수도권(1만6211건→1만5405건)으로 범위를 넓히면 감소폭이 5.0%로 커진다. 인천(-14.0%)과 경기(-5.6%)의 감소폭이 컸던 탓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소형·비아파트 거래량은 같은 기간 3.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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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중 '60㎡ 이하, 비(非)아파트 주택' 거래량 비교.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R-ONE)] |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의 주된 내용 중 하나는 소형·비아파트 주택 매입 독려였다.
정부는 개인이 60㎡ 이하 신축 비아파트 주택(2024~2025년 사이 준공)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했다. 즉, 소형·비아파트 매입자가 다주택자더라도 해당 세금 중과를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집을 사들여 임대등록하는 경우에는 기존 주택까지도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부동산 정책은 크게 공급대책과 수요대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대책보다는 수요대책이 좀 더 직접적이고 강한 효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1·10 대책'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취임 후 첫 작품'이었다. 여기서 소형·비아파트에 대한 인센티브는 '1·10대책'의 유일한 수요대책이었다. 그럼에도 3개월간 시장에서는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시장의 빌라(연립·다세대) 기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현재 비아파트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가격상승도 기대하기 어렵고 투자가치도 낮다"며 "아파트도 원할 때 매각하기 어려운 마당에 비아파트는 환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기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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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일대 빌라촌. [UPI뉴스 자료사진] |
비아파트가 이렇게까지 외면받게 된 데는 연이어 터진 전세사기도 영향을 미쳤다. 사기피해를 우려한 세입자들이 비아파트를 꺼리게 되고,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우니 사려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의 빌라 법원경매 진행건수는 총 1456건으로 2006년 5월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전세사기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숨통을 끊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아파트로 가기 전 단계에서 빌라가 임시 거주지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실수요자도 없고 투자자도 없는 망한 시장이 됐다"며 "전세사기 문제를 지금처럼 방치하다시피 한 상태로는 다른 대책을 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도 "지금으로선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당 주택에 대한 대출요건을 완화해주는 정도의 수요진작 대책이 나와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식물 상태인 현 정부로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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