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전셋값에 하방 압력"…세입자 부담 확대 우려도
금융위원회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20%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전세대출과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가 집값 폭등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보증비율 축소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는 집값·전셋값에 하방 압력을 넣을 수 있으나 동시에 금리인상 효과도 있어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일 금융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등 6·27 부동산대책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80%로 줄어든다.
지난달 중순 전국적으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축소한 데 이어 수도권·규제지역은 10%포인트 더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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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봉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축소하는 건 전세대출이 갭투자 활성화로 이어져 결국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걸로 여겨져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 초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안을 발표하며 "100% 보증 때문에 상환능력 심사 없이 공급되다 보니 약 200조 원에 달하는 전세대출 자금이 투기적인 주택 수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대출을 100% 보증하니 은행은 별다른 심사 없이 쉽게 거액을 빌려준다. 세입자들이 손쉽게 대출받아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지불하니 자연히 전셋값 상승을 부르고 이는 갭투자를 용이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금융위는 집값과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듯하다"며 "지금은 시작이고 보증비율을 점점 더 축소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요새 여론도 전세대출에 부정적이라 금융위가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는 집값·전셋값에 하방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해당 전세대출이 부실화됐을 때 은행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리스크비용이 금리에 포함되면서 대출금리에 상방 압력을 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마 보증비율 20%포인트 축소로 전세대출 금리가 0.2~0.3%포인트 가량 오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어 "전세대출 한도도 축소될 것"이라며 "대출 거절 사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히 세입자가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가 작아지므로 그에 맞춰 전셋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전셋값 내림세는 곧 갭투자를 어렵게 해 집값 하락까지 야기한다.
한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정부 기관이 전세대출을 보증하는 걸 중단해야 한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도입해 전세대출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대출은 집값 폭등을 부른 주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세입자의 이자부담도 확대된다. 가뜩이나 이미 일부 은행에서 전세대출 금리는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6월 16일부터 22일까지 기간 중 우리은행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4.03%로 5월 평균금리(3.95%)보다 0.08%포인트 뛰었다.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전세대출 평균 금리가 3.65%로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행이 5월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그 효과를 느낄 수 없는 모습이다. 일부 은행이 전세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한 영향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한은 금리인하가 시중금리 하락을 불러 준거금리를 떨어뜨리더라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면 상쇄된다. 가산금리 인상분이 준거금리 하락분을 능가하면 대출금리가 역주행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한 탓"이라며 "수요 감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억제에 힘을 기울일수록 세입자들의 이자부담은 점점 더 커져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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