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약 '돈풀기 경쟁' 과열됐나…생보 사업비 첫 20조 돌파

유충현 기자 / 2025-02-06 17:28:38
새 회계기준 도입 후 보장성보험 판매 늘면서 사업비 급증
"보험료 인상, 불완전판매 증가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으로 생명보험사 사업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보험사 경영이 위협받는 건 물론 궁극적으로 보험료 인상 등 소비자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22개 생보사의 누적 사업비 규모는 총 20조20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12월분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2023년 전체 사업비(18조5800억 원)를 가뿐히 넘겼다. 생보 사업비가 20조 원을 넘긴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 생명보험사 연도별 사업비 추이.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 자료 재구성]

 

사업비는 신계약비, 보험계약 유지비, 마케팅 비용 등 보험회사가 경영에 쓰는 돈이다. 설계사 채널에 지급하는 모집수수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보업계 사업비는 2022년까지만 해도 8~9조 원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한 2023년부터 급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사업비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월납보험료 규모가 같을 경우 일반적으로 보장성보험 판매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저축성보험의 1.5~2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장성보험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생보사들이 수수료율을 인상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사업비가 크게 늘면서 보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사업비율'도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생보사들의 사업비율은 20.6%다. 2022년까지 장기간 10% 안팎을 유지하다가 2년 새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생보사별로는 교보라이프생명(42.60%), DB생명(32.5%), 라이나생명(29.2%) 등이 높은 편이었다. 

 

▲ 생명보험사 월별 사업비 비율 추이.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 자료 재구성]

 

보장성보험에 힘을 주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과당 경쟁으로 흐르면서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사업비가 과다 집행되고 있다"고 염려할 정도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사업비 경쟁이 지속될 경우 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은 "보험사들이 외형확대에 나설수록 사업비 비율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당장 CSM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과 사업비는 결국 마이너스(-) 관계가 있다"고 짚었다.

 

사업비 증가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판매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며 "또 과다한 사업비 집행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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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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