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커넥티드 차량 규제…韓도 악영향 우려

안재성 기자 / 2024-05-16 17:36:38
한국차에 중국산 부품 다수…부품까지 규제 넓히면 대응 어려워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점점 심해지는 보호무역은 우울한 소식"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 정보 유출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를 내세우면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관련 규제를 올해 가을 발표할 거라고 밝혔다.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율주행이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카'를 뜻한다. 내비게이션이나 무선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차량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커넥티드 차량에 '우려국가' 기술을 쓸 경우 해킹이나 미국 소비자들의 데이터 유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려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6개국이다. 그러나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능력이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라 사실상 중국을 타겟팅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 현대차 아이오닉6. [현대차 제공]

 

미국 정부는 또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7.5%에서 25%로, 천연 흑연이나 영구 자석 등은 0%에서 25%로 올린다.

 

미국 정부는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의 불공정 교역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관세 인상 배경을 밝혔지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미중 갈등이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이 경쟁 관계이니 중국차에 대한 관세·규제 강화는 한국차에 이로울 거란 해석이 나온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3∼4배씩 높아지면 아무래도 우리 제품이 팔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기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규제도 우리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미국의 규제가 완성차뿐 아니라 중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에까지 광범위하게 미칠 경우 한국차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차에 중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부품과 소프트웨어 공급처를 바꾸면 원가가 뛴다"며 "우리 전기차와 커넥티드 차량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출시되는 거의 모든 차량이 커넥티드 차량"이라며 커넥티드 차량과 전기차에 대한 규제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도 많다"며 부정적인 영향이 완성차업체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박 교수도 "완성차업체보다 오히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업체들이 더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란 점이다.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차와 미국산 부품을 대상으로 할 텐데 한국차에는 미국산 부품도 많아 역시 영향을 받는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치고받는데 더해 유럽연합(EU)도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우울한 소식"이라고 평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올해 전망이 밝지 않은데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단 정부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상무부에 "한국 자동차업계는 커넥티드 차량 규제와 관련해 규제 대상의 범위에 대한 불확실성, 시행 시기 등이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단기간에 커넥티드 차량 공급망을 조정하긴 힘들다. 특히 기존 공급망에 갑작스러운 차질이 생길 경우 의도하지 않은 차량 안전 문제가 생기거나 차량 생산 비용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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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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