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또 역대 최고 경신 유력…"보증보험금 노린 사기 횡행"

안재성 기자 / 2024-05-21 17:27:51
1~4월 전세 보증사고 1조9062억…전년동기比 76% ↑
"보험금 노리고 임대·임차인 모의한 듯한 사례 여럿"

해가 바뀌었음에도 전세사기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크게 부풀어 2년 연속 역대 최대 규모 경신이 유력해 보인다.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4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보증사고) 건수는 8786건이다. 금액은 총 1조9062억 원으로 전년동기(1조830억 원) 대비 76%나 폭증했다. 임차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했는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주지 않아 발생한 사고를 보증사고라고 한다.

 

보증사고 금액은 작년에 4조3347억 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핸 넉달 만에 2조원에 가까워 또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자연히 HUG가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지급한 보증보험금도 증가 추세다. 지난 1~4월 보증보험금 지급액은 1조2655억 원으로 전년동기(8124억 원)보다 55.8% 늘었다. 올해 보증보험금 지급액 역시 작년 수준(3조5544억 원)을 넘어 2년 연속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일대 빌라촌. [UPI뉴스 자료사진]

 

전세사기는 이미 재작년부터 기승을 부렸다. 임차인은 예방 차원에서 빌라, 다세대주택 등에 들어갈 때 전세보다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한다.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형태의 계약을 반전세라고 한다. 불가피하게 전세를 택하더라도 시가 대비 현 전세가 수준, 임대인의 재무상태 등을 꼼꼼히 따진다.

 

그럼에도 보증사고가 왜 가파르게 늘어나는 걸까. "이사비를 지원해주겠다"는 임대인의 사탕발림에 임차인이 넘어가는 경우나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짜고 친 농간에 속는 경우 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보증보험금을 노린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증보험금을 빼먹을 생각으로 처음부터 짜고 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꽤 많다"고 지적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시세와 걸맞지 않는 수준의 높은 전세보증금으로 계약을 맺고 임차인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다.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꿀꺽'하고는 사라진다. 이후 임차인은 보증보험을 통해 손해를 만회한다. 손해는 오직 HUG의 몫이 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모해 전세사기를 저지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HUG는 기본적으로 임차인은 선량하다고 판단해 보증보험금 지급 절차가 매우 허술하다"며 "작정하고 사기를 치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기꾼들에게는 사실상 전세보증금만큼의 이익이 발생하므로 이 돈을 나눠가지는 듯 하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기 의도는 없었더라도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니 안심하라는 임대인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임차인들이 많다"며 "이런 탓에 전세사기가 줄어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HUG는 전세사기가 일어난 주택을 경매해 지급한 보증보험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전세사기가 급증하는데 반해 보증보험금 회수율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회수율은 14.3%로 2019년(58.0%)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HUG는 작년 총 지급보험금 3조5544억 원 가운데 5088억 원을 회수하는데 그쳤다. 올해 1분기 회수율은 17.2%에 불과하다. 보증보험금 8842억 원 중 1512억 원만 건졌다.

 

HUG 관계자는 "주택을 경매에 붙여 지급보험금을 회수하기까지는 통상 2, 3년 가량 걸린다"며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당해년도 회수율이 10%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HUG 재정을 위협한다. HUG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조8598억 원을 냈다. 올해는 약 7조 원까지 불어날 거란 예상도 나온다.

 

HUG는 공기업이므로 결국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HUG에게 4조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등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세사기가 횡행해 국민 전체에 피해를 끼치는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더 강화하거나 현재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빌려주는 전세자금대출 비율을 줄여야 한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전세사기 규모가 축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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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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