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역인데…경매낙찰가 3.2억원, LH 매입가는 5억원
"매입금액은 '국민 혈세'…거품 낀 비싼 주택매입 중단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택공기업이 임대주택으로 쓸 건축물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원래 서민들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제도인데, 건설업자에게 세금을 퍼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21~2023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임대주택 매입에 사용한 비용은 총 13조7000억 원이다.
이 중 84%(7조7802억 원)이 '약정매입'에, 16%(1조5163억 원)가 '기축매입'에 각각 쓰였다. 임대주택 매입 방식은 신축건물을 매입하는 '약정매입'과 이미 지어진 건물을 매입하는 '기축매입'으로 나뉜다. 당연하게도 새 건물을 사들이는 약정매입에 더 큰 돈이 든다.
약정매입은 사들이는 쪽에서는 지출이 커지지만, 건물을 팔아야 하는 건설업자에겐 유리한 방식이다. 원래 매입임대주택사업에는 기축매입만 있었으나 지난 2019년 약정매입을 도입한 뒤 빠르게 확산됐다. 약정매입주택은 민간업자들이 기존주택을 사들인 후 그 자리에 다세대 주택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민간업자가 토지를 매입한 비용이나 건축비 거품 등이 모두 가격에 반영된다. 원래 있던 기존주택 세입자들이 쫓겨난다는 부작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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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의 주택공기업 매입가격과 경매낙찰가 비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
세금을 들여 건설업자에게 건물을 사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샀다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시세보다 매입가가 크게 높았다. 경실련이 확인한 올해 3~4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전용면적 59㎡)의 경매낙찰가는 3억2000만 원이었다. 통상 시장에서는 경매낙찰가격을 '거품이 빠진 시세 하한선'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LH와 SH공사가 지난해 인근 다세대주택을 약정매입한 금액은 약 5억 원이었다. 시세 대비 약 2억 원 비쌌다.
비교 대상 주택공기업 중에서는 LH의 매입가격이 가장 높았다. LH는 서울 지역 주택 1세대당 약정매입 4억 원, 기축매입을 3억 원에 매입했다. SH공사가 SH가 약정매입을 한 채당 3.4억, 기축매입을 2.4억에 매입한 것과 비교하면 최대 1억 원가량 더 비싼 것이다.
이렇게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인 주택 중 수천 세대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채 방치돼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3개 주택공기업 전체 매입임대주택 20만7988세대 중 2.7%(5555세대)가 공실인 상태다. 애초에 입지가 좋지 않은 건물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실련이 추정한 공실에 따른 세금낭비 액수는 3개 공기업 합산 1조2372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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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주택공기업의 매입임대주택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LH는 "매입가격은 전문기관에서 감정평가 법령에 따라 주택가격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부동산 급등기 직후 감정가는 이전의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적정 시세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해 4월 LH의 고가매입 논란이 일자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 됐는데, 어떤 기준으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철저히 검토하고 매입임대 제도 전반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 주택을 사들이는 금액은 모두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만큼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매입금액 산정 기준을 강화해 거품 낀 비싼 주택매입을 중단시키고 건설원가 이하로 매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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