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대출규제, '유주택 세입자' 정조준…"주거 사다리 끊길라"

안재성 기자 / 2025-07-09 17:07:11
당국, DSR에 전세대출 이자 포함·유주택자 전세대출 금지 검토
전세 살면서 주택 매수 곤란…"서민 '내 집 마련' 힘들어져"

6·27 부동산대책 후 금융당국이 검토하는 추가 대출규제는 '유주택 세입자'를 겨냥하고 있다. 타인 소유 주택에 전세 세입자로 살면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 하는 걸 막으려는 의도다.

 

이는 집값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자칫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끊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주택자는 전세대출을 금지하는 내용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가하는 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전세대출 총액을 DSR 규제에 포함하는 건 반발이 거셀 것으로 염려돼 먼저 이자만이라도 넣는 걸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이자가 DSR 규제를 받으면 그만큼 세입자의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세입자가 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혹은 신용대출 등을 활용해 갭투자를 하기 힘들어진다.

 

유주택자에게 전세대출을 금지하면 이런 어려움은 배가된다. 빨리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이 일단 갭투자를 한 뒤 충분한 자금을 모을 때까지 전세로 산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건 전세와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의 주 원인 중 하나로 거론돼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 초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안을 발표하며 "약 200조 원에 달하는 전세대출 자금이 투기적인 주택 수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주택 매매 중 갭투자 비중이 40.7%였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을 야기했다"며 "전세대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대책은 다주택자 수도권 주담대 금지,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 주로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췄다면 추가 규제는 1주택자까지 범위를 넓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1주택자라도 갭투자를 하는 사람은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갭투자 규제는 집값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로 살면서 목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게 서민의 전형적인 '내 집 마련' 루트였다"며 "1주택 갭투자까지 규제하는 건 이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감을 표하며 월세 상승도 우려했다. "전세대출 규제가 심화될수록 다수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날 것"이라며 "그러면 월세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주택까지 규제하는 건 득보다 실이 더 클 듯하다"며 "자칫 집값 상승은 못 막으면서 서민의 주거 사다리만 끊어놓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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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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