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에 롤러코스터 타는 엔비디아 주가…어디로 가나

안재성 기자 / 2025-01-31 17:20:07
17% 폭락했다 하루만에 9% 폭등…엔비디아 아성 흔들
"고가 모델 의심…단가 인하 압박으로 추가 하락 가능"
"딥시크, 챗GPT 도용" 의혹 조사 단계…반전 가능성

'딥시크 쇼크'가 인공지능(AI) 관련업계뿐 아니라 증권시장도 덮쳤다. 고성능 AI 챗봇을 구현하려면 엔비디아 고사양 AI칩을 수만 개 써야 한다는 기존 상식이 흔들리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중국 생성형 AI 서비스 '딥시크' 등장 후 폭락과 폭등을 반복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16.97% 폭락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서 3위로 주저앉았다. 28일엔 8.93% 폭등하더니 29일엔 다시 4.10% 떨어졌다. 30일엔 전일 대비 0.77% 오른 124.6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사용자 휴대전화 화면에 딥시크 어플리케이션이 구동하는 모습. [AP뉴시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최근 새롭게 내놓은 AI 챗봇 서비스 '딥시크-R1'이 일으킨 쇼크였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에 비해 딥시크-R1 개발 비용은 10분의 1 수준인데 반해 성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벤치마크(성능 평가 기준) 평가에서 총 21분야 중 수학·상식·추론·정보추출 등 12개 항목에서는  딥시크-R1이 오히려 챗GPT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딥시크 측이 딥시크-R1에 엔비디아 저사양 칩 H800을 2000개만 썼다고 밝힌 점이 충격적이었다.

 

챗GPT는 엔비디아 고사양 칩 H100 1만6000개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챗GPT처럼 엔비디아 고사양 칩 수만 개를 써야 고성능 AI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상식이었다.

 

엔비디아 고사양 칩 가격은 개당 3만~5만 달러(약 4000만~7000만 원)에 달한다. 이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엔비디아 실적은 껑충 뛰어오르고 주가도 고공비행했다. 엔비디아는 단기간에 세계 시총 1위로 떠올랐다. 그런데 저사양 칩을 쓴 성공 사례가 나오니 엔비디아 주가에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등은 자사 서비스와 모델 업그레이드를 위해 딥시크-R1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아성은 흔들리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 향방은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학개미 엔비디아 투자 규모는 18조1534억 원에 달한다. 뉴욕증시 단일 종목 가운데 테슬라(34조9117억 원) 다음으로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서학개미들은 딥시크 쇼크로 주가가 폭락한 뒤에도 오히려 더 많은 엔비디아 주식을 사고 있다"며 "하지만 엔비디아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성공 모델이 사실이라면 이제 AI 혁신은 얼마나 지출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는 엔비디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고가 AI 챗봇 모델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며 "단가 인하 압박을 받으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뛰어드는 산업 분야에선 모두 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시장이 재편되곤 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출현으로 엔비디아의 시장 독점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겨났다"며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딥시크에 대해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딥시크가 챗GPT 데이터를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태는 단순한 의혹을 넘어 실질적인 조사로 넘어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MS는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을 위해 챗GPT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적과 경쟁자가 미국 기술을 탈취하는 걸 막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딥시크가 챗GPT 데이터를 무단 도용했거나 발표와 달리 엔비디아 고사양 칩을 대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 상황은 반전된다"며 "엔비디아가 금세 다시 세계 시총 1위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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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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