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에 '중동 리스크'로 원화 가치 약세

안재성 기자 / 2024-04-18 17:16:03
1, 2월 관리재정수지 36.2조 적자…5.3조 확대
"중동 리스크에 높은 한미 금리 역전폭 영향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와 함께 원화 약세도 주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원화 가치 약세 원인으로는 재정적자와 높은 한미 금리 역전폭,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거론된다.

 

18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96.7(2020년=100)이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된 걸로 본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다섯 번째, G20(주요 20개국) 중 네 번째로 낮았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월 말 기준으로는 실질실효환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며 "원화가 장기 평균 대비 6~7%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 1200원대 후반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1300원대 후반인 환율은 원화 약세가 반영된 결과라는 뜻이다.

 

▲ 재정적자와 '중동 리스크' 등 탓에 원화 가치가 약세다. [게티이미지뱅크] 

 

원화 약세 배경에 대해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정부의 재정적자,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높은 한미 금리 역전폭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입은 573조9000억 원, 총지출은 610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36조8000억 원 적자가 났다. 통합재정수지에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더한,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 적자였다.

 

적자폭은 올들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 2월 총수입은 97조2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조2000억 원 늘었으나 총지출(127조1000억 원) 증가폭이 12조5000억 원으로 더 컸다.

 

통합재정수지는 29조9000억 원 적자로 전년동기보다 적자 규모가 5조3000억 원 확대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36조2000억 원)도 5조3000억 원 증가했다.

 

재정적자가 지속될수록 국가 빚은 늘어나며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연히 원화 가치를 낮추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1126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59조4000억 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중동 리스크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란-이스라엘 확전' 위험은 원화 가치를 낮춰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달러화 강세뿐 아니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 "주변국 통화에 연동되다 보니 원화가 우리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도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70.3), 중국(93.4) 등 주변국들도 실질실효환율이 낮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원화 가치는 달러화보다 위안화 가치에 연동되고 있으며 엔화 가치 영향도 받고 있다"며 "위안화와 엔화가 약세일수록 원화 가치도 떨어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2.00%에 달하는 한미 금리 역전폭도 원화 가치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크니 투자자들은 원화보다 달러화를 선호한다"며 "자연히 원화 가치가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낮은 실질실효환율에 대해 "대중 수출 부진 영향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최근 수출이 살아나는 모양새이나 작년 9월까지는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중 수출액은 작년 12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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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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