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문도 교수 "난 하락론자 아닌 정상화론자"

유충현 기자 / 2024-02-08 18:04:06
"정부 부동산 대책은 단기효과…총선 후 PF부실 본격화"
"주거문제로 고통받는 젊은이들 안타까워…기득권 잘못"
"소수 유주택자 위주의 정책·여론형성이 가장 큰 문제"
"삶의 가치 지키는 것이 돈 조금 더 버는 것보다 중요"

'문재인 정부' 시기 대한민국의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정점은 지난 2022년 초쯤이었다. 당시만 해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집값이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할 즈음에도 잠깐 조정을 겪은 후 재차 상승할 거란 의견이 여럿이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당시 하락론을 펼친 몇 안 되는 부동산 전문가였다. 시장은 그의 예상대로 흘렀다. 난공불락 같던 집값은 2022년 하순 크게 꺾였다. 

 

작년의 집값 반등 국면에서도 한 교수는 '데드캣 바운스(하락 국면 속 일시적 반등)'라고 일축했다. 실제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급감했고 가격도 하락 전환했다.

 

시장 전망이 곧잘 들어맞자 한 교수는 '대표적인 부동산 하락론자'로 꼽히며 이름을 날렸다. 한때는 매일 4, 5건이 넘는 방송출연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8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하지만 한 교수는 자신을 '하락론자'가 아니라 '정상화론자'라고 자평한다. 그는 8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지금의 집값은 시장이 감내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올해 부동산 시장도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연초 정부가 쏟아낸 여러 정책으로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하반기엔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2022년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한 교수 말고 없었다. 당시 시장을 진단한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나.

 

"시장이 부담 가능한가 여부다. 공급이 아무리 적어도 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면 가격이 오를 수 없다. 당시 가격 수준은 정상적인 균형가격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또 현장에서 여러 징후가 나타났다. 이전에는 전세대출 받으러 온 사람의 95% 가까이가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그 즈음에는 30~40%가 사인하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하더라.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ㅡ현 시점의 부동산 시장 흐름은 어떻게 평가하나. 

 

"예측했던 경로로 흐르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시장이 꺾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그랬다. 시장이 꺾이면 올해 연초 정부의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로 인한 영향이 단기적으로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10대책,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계획, 신생아 특례대출 등이 나왔다. 이후 시장이 약간 들썩이는 모습이나 결국 되돌리진 못한다. 연착륙을 돕는 정도다."

 

ㅡ시장에 특별한 외부 변수가 있다면.

 

"대표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있다. 이미 시행현장은 사실상 '올 스톱'이다. 땅값과 건축비가 올랐는데 미분양은 계속 나온다. 수익성을 맞출 수가 없다. 이걸 계속 끌고갈 수는 없다. 정부도 4·10 총선 이후 정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8일 UPI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ㅡ집값이 하락한다면 어느 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경매 낙찰가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택 경매건수가 엄청 늘었는데, 낙찰되는 물건들을 보면 통상 두 번씩 유찰된 이후 팔린다. 한 번 유찰에 20%씩 시장 가격이 내려가니 두 번 유찰되면 최초 가격의 64% 수준이다.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미래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과거 집값이 40% 정도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ㅡ대표적인 '하락론자'로 꼽히는데.

 

"스스로는 하락론자가 아니라 '정상화론자'라고 생각한다. 비난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사실 제가 보는 관점은 그리 별난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 보고서만 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ㅡ'부동산 전문가'로서는 그냥 상승론을 말하는 것이 편한 길 아닌가.

"이만하면 벌 만큼 벌었다. 삶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돈 조금 더 버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지금 젊은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능력이 출중한데도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득권과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기득권의 편에서 듣기 좋은 말을 한다면 그들의 괴로움을 더 가중시키는 편에 서게 된다. 양심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ㅡ'안정적인 주거'를 원하는 사람들은 '주거'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사실 개인 단위에서 온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주거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선진국들은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전체 시장의 최소 10%에서 많게는 20% 이상도 둔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주거안전망은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ㅡ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정치인, 건설사, 관료의 이해관계 속에서 정책이 나온다. 다수 국민의 주거정책이 우선인 관점으로 제도를 설계하지 않는다. 정책이 이렇게 만들어지다보니 왜곡된다. 작년 우리나라에 약 2180만 가구가 있다. 이 중에 무주택자가 1700만~1800만 가구, 나머지 400만 정도가 유주택자다. 무주택자가 절대 다수임에도 정책은 대개 집 가진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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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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