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손 놓은 금융위·금감원…"플랫폼과 금융사 자유계약"
대환대출 서비스가 개시된 지 1년이 지났다. 사회적 편익은 분명하다. 차주들은 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게도 성장 기회가 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역설적으로 중소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신음하고 있다. 시장은 기대만큼 열리지 않는데, 금융당국은 채찍까지 휘둘렀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수수료율 인하 압박 탓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한 차주 수는 총 20만2461명, 이들이 갈아탄 대출 규모는 총 10조1058억 원이다. 이 중 신용대출은 차주 16만8254명이 3조9727억 원어치, 주택담보대출은 2만4721명이 4조5400억 원어치, 전세대출은 9486명이 1조5931억 원어치씩 각각 갈아탔다.
대환대출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차주들이 다양한 금융사 상품을 비교하면서 보다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지난해 5월 말 신용대출부터 시작돼 올해 1월 9일에는 주담대가, 1월 31일엔 전세대출이 서비스에 포함됐다. 또 지난 3일부터는 전세 임대차 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개선됐다.
대환대출 서비스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곳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다.상대적으로 낮은 금리가 주목받으면서 차주들이 대거 인터넷은행 대출로 갈아타 실적이 껑충 뛴 것이다.
카카오,케이,토스 세 인터넷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31조3960억 원으로 전년말(26조6260억 원)보다 17.9% 늘었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 주담대 잔액이 13.6%, 케이뱅크는 26.8%씩 급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 주담대 증가폭이 1.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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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
중소 대출비교 플랫폼들의 사정은 판이하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자사에 입점한 금융사로부터 받는 대출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데 자유롭게 수수료율을 책정할 수가 없다.
대출비교 플랫폼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수료율을 내려 대출금리 하락을 유도하려는 '총선용 인기몰이 전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박 탓에 수수료율이 대출금의 0.1~0.2% 수준까지 내려갔다. 당초 2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던 수수료 시장 규모가 2000억 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대형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중소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소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고사 위기"라고 강조했다.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금융당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주길 바라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은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수료율 책정은 대출비교 플랫폼과 금융사 간 자유계약으로 이뤄진다"며 "당국이 나설 일이 아니다"고 했다. 또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한 적이 없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미 대환대출 서비스 개시 전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출비교 플랫폼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해선 안된다"며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했다.
당국 의향에 맞춰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5월 저축은행중앙회와 업무협약(MOU)를 맺어 수수료율을 낮췄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저축은행에 적용하는 대출중개 수수료율을 기존 1.3%에서 0.8~0.9%로 축소하는 대신 저축은행들은 그만큼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게 골자다.
대출비교 플랫폼 관계자는 "그 뒤에도 유무형의 수수료율 인하 압박이 거듭돼 지금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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