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환율…내수 회복 '브레이크'

안재성 기자 / 2024-12-11 17:11:12
'비상계엄 사태' 후 환율 고공비행…"하락 재료에 둔감해져"
고환율로 수입물가 상승…"내수에 부정적 영향"

증권시장은 최근 2거래일 연속 회복세인 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원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은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5.3원 오른 1432.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 후 4거래일 연속 상승하다가 전날 하락했으나 하루 만에 반등했다. 사태 직전 1402.9원이었는데, 29.3원이나 치솟았다.

 

코스피, 코스닥이 전일 대비 각각 1.02%, 2.17% 올랐으나 원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 차익 실현 때문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지난 9일과 전날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날은 코스피에서 1411억 원, 코스닥에선 740억 원 순매도했다. 이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면서 환율 오름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내수 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세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하락 재료에 둔감해지고 상승 재료엔 민감해졌다"고 진단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된 데다 야당이 매주 토요일 탄핵을 추진할 거란 소식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환율 추가 상승을 예측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환율이 최대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1450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450원을 넘어 더 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면 환율이 1450원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가뜩이나 침체 모드인 내수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적잖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도 상승한다"며 "자연히 지갑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게 돼 내수 회복이 더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대표도 "이미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고 있다"며 "고환율이 오래 지속될수록 내수 부진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함부로 개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 들어 외환보유고는 꽤 줄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로 윤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 말(4493억 달러)보다 339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 가치가 뛰면서 주요 통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가 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함부로 개입했다가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 이하로 줄어들면 대외신인도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 연구원은 "환율 상승으로 경제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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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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