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똘똘한 한 채' 불패신화 깨야 집값 잡는다

안재성 기자 / 2026-03-06 18:00:32
韓 보유세 실효세율 0.15%…주요 선진국 7분의 1 수준
종부세, 연령·보유 기간 따라 최고 80% 공제…실효성 '의문'
'징벌적 과세' 아닌 '세제 정상화'…1주택자 과도한 혜택 깨야

'미친 집값'이 국가 경제에 끼치는 해악은 막대하다. 돈이 생산적인 분야가 아니라 부동산에 잠겨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비효율과 불로소득은 생산성 추락, 내수 침체, 근로의욕 상실, 미래세대의 절망을 부른다. 가히 망국적이다.

 

▲ 북악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미친 집값'이 망국적이라고 해서 집에 투자하는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집을 사는 게 대박이 되도록 설계된 사회가 문제이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매수에 나서는 국민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사회악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그런 제도를 만들어 시행한 정치인들"이라는 촌철은 정곡을 찌른다.

 

'미친 집값'은 결국 정부 정책이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사업자(다주택자)들에게 세제에서 금융까지 '종합선물세트'를 안겼다. 윤석열 정부는 '둔촌주공 살리기', '주택 보유세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및 신생아특례대출 출시' 등을 통해 "집값은 정부가 떠받쳐준다"는 학습효과를 시장에 각인시켰다. 문 정부는 다주택자 특혜로 집값 상승을 부추겼고, 윤 정부는 떨어지는 집값을 세제와 금융을 동원해 떠받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들 정권과 확실하게 차별된다. 이 대통령은 '집값 잡기'에 진심인 게 틀림없다. 올해초부터 전면에 나서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적 금융과 다주택자 세제·금융 특혜 중단엔 집값 잡기, 불로소득 차단 의지가 담겨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제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최대 80% 감면해주는 제도) 혜택 축소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서 그쳐선 안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다주택 정리해서 강남권 1주택 사면 된다. '똘똘한 한 채'는 불패다"는 말이 나온다. 미친 집값의 밑바닥엔 낮은 주택 보유세가 깔려 있다. 특히 1주택자 보유세가 너무 낮다.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에 불과하다. 평균 1% 안팎인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서초동 래미안원베일리 110㎡는 지난해 8월 17일 71억5000만 원에 매각됐다. 불과 2년여 전인 2023년 4월 1일 매매가(30억5000만 원)에 비해 2배 넘게 뛰었다. 이 집의 공시가격은 약 35억 원이며 재산세 528만 원, 종합부동산세 799만 원 등 총 보유세는 연간 약 1800만 원이다. 30억5000만 원을 투자해 2년 간 3600만 원 가량의 보유세만 부담하면 41억 원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투자할 돈만 있다면 누가 이렇게 훌륭한 투자 대상을 마다하겠는가.

 

게다가 종부세는 연령에 따라 최고 40%, 보유 기간에 따라 최고 50%를 세액공제해준다. 중복해서 최고 80% 공제 가능하다. 위 사례의 주택 소유자가 내야 하는 종부세가 연간 799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줄어든다.

 

집값을 잡으려면 지나치게 낮은 주택 보유 부담을 손보지 않을 수 없다. 2022년부터 60%로 내려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2021년 수준(95%)으로 올리고 69%에서 멈춰 있는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여야 한다.

 

또 최소한 비거주 1주택이나 고가주택에 대해선 종부세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해 실효세율을 상향시켜야 한다. 이는 결코 '징벌적 과세'가 아니다. 그동안 너무 낮았던 세금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주택 보유 부담이 정상화되면 자연히 매물은 늘어나고 과도한 주택 매수 수요는 가라앉으리라. 그러면 '똘똘한 한 채 불패신화'가 깨지면서 집값은 적절한 수준을 찾을 것이다.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이 지적했듯 돈 많은 사람들도 집값이 더 뛸 것으로 예상돼야 주택 구매에 손을 뻗기 마련이다. 자금은 언제나 더 큰 이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흐른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50억 원, 100억 원짜리 1채라고 종부세를 80%까지 공제해주는 게 조세 형평성에 맞는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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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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