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풍선 효과' 전망…"편법 사업자대출로 자금 마련할 수도"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가계대출 취급 자체를 제한하면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예상된다. 그 여파로 사업자대출을 편법적으로 이용하는 수법이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유주택자 대상 추가 주택(수도권 한정)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총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줄였다.
또 우리은행은 유주택자 전세자금대출을,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각각 중단했다. 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했다.
조건부 전세대출은 집주인 명의가 바뀐다는 조건이 붙는 대출이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 투자자가 잔금일과 세입자의 대출 실행일을 같은 날로 맞춘 뒤 그날 받은 전세금으로 매매 잔금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세입자가 받은 전세대출을 새 집주인이 주택 구입 자금에 충당할 수 있어 갭투자에서 주로 쓰인다.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은 갭투자를 막으려는 수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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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
올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6259억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담대 증가폭(8조9115억 원)도 역대 최대치다.
금융당국엔 비상이 걸렸고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일부 대출을 중단·제한한 것이다.
은행들은 당초 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축소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쉬운 방식'이라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비판에 방식을 바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상 없이 가계대출을 줄이려면 결국 조건이 되는 차주에게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이 일부 대출을 중단·제한함에 따라 대출 수요가 보험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옮겨 가는 '풍선 효과'가 예상된다. 현재 보험사 중 삼성생명만 유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제한하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사들은 가계대출 중단·제한 움직임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도 50%라 은행(40%)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리기 수월하다"며 "다만 금리가 높으므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무거워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이자비용을 줄이려고 과거 유행했던 '편법 사업자대출'이 재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업자대출 규제가 가계대출보다 훨씬 약하다는 걸 이용하는 편법이다. 우선 차주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P2P금융을 통해 주택 매수 자금을 빌린다. P2P금융은 대출규제 사각지대라 DSR 규제는 받지 않고 주담대비율(LTV)도 최고 100%까지 가능하다. 대신 대출금리가 주담대라도 연 10~15%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그 뒤 집을 산 차주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P2P금융에서 빌린 돈을 갚는 것이다. 사업자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건 금지돼 있지만 기존에 빌린 돈을 상환하는 걸 막는 규제는 없는 게 허점이다. 또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은행들이 가계대출엔 까다롭지만 사업자대출은 쉽게 내주기에 돈을 빌리기도 수월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21년 금융당국이 지금처럼 은행 가계대출 창구를 틀어막자 사업자대출이 유행했다"며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집을 살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며 "예로부터 수요를 틀어막는 대책은 아무 효과도 없었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대출 제한으로 집값 오름세를 잡기는 힘들 거라고 인정하면서 "그래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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