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일자리 창출 및 교육 여건 개선 통해 수요 분산시켜야
"부동산은 끝났다."
"장기 저출산 기조로 미래에 집을 사줄 사람이 없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 거주 편익에 집중해야 한다."
"비싼 돈 내고 집을 사서 보유세 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전세로 신축 아파트 옮겨 다니는 게 비용도 저렴하고 훨씬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지금 나오는 '말'들이 아니다. 2009~2016년 유행하던 것들이다.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당시 국민은 지금보다 부동산의 미래를 더 어둡게 봤다. '부동산 불패 신화' 따위는 옛날 이야기로 일컬어졌다. 오죽하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고 권했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부동산 불패 신화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 폭등을 야기하면서 집을 안 산 사람들을 삽시간에 '벼락거지'로 만들었다.
|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UPI뉴스 자료사진] |
신화는 지금도 시장에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재작년 고점을 찍었던 집값은 작년 하반기 폭락했다. 올해는 연착륙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연착륙 수준이 아니라 집값이 재차 급등했다. 하락분을 만회하면서 전고점의 90% 가까이 상승했고 일부 지역은 전고점을 뛰어넘기도 했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몇 가지 부양책을 내놓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2009~2016년 시기엔 규제가 훨씬 더 약했다. 당시엔 지역·집값에 관계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70%로 일괄 적용됐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아예 없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가장 낮을 때 1.50%, 가장 높을 때도 3.25%라 지금보다 금리가 낮았다.
그럼에도 그 당시 집을 사지 않던 사람들이 지금은 집을 사고 있다. 왜일까? 사람은 결국 가까운 과거의 기억에 강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리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강남 아파트값도 '반토막'나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집을 사는 걸 꺼렸다.
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 매수를 미뤘다가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되는 걸 체험한 사람들은 집값이 약간 회복하는 기미만 보여도 집을 사러 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의 기억이 아직 진하게 남아 집값을 떠받치는 주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그간 거품이 쌓였고 '영끌러'(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람)가 다수라는 점이다. 향후 수 년간 집값이 부진할 경우 영끌러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집값이 폭락하게 놔둘 수도 없으니 정부가 또 나설 텐데, 자칫 거품만 더 키울 수 있다.
결국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만 들여다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올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들만 뛰었다. 인기 없는 지방에선 여전히 집값이 낮아 2억~3억 원에 40평대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만 주택 매수 수요가 쏠리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셈이다. 사람들이 집을 매수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일자리와 교육 여건이다.
실제로 지방 국립대가 인기를 끌고 각 지방마다 명문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을 때는 지금처럼 수도권 일부 아파트값이 유독 고공비행하진 않았다.
정부는 무엇보다 지방을 살려야 할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장기적인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수요 분산으로 집값 거품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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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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