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제한당하는데 자영업자대출 안할 수도 없어 한숨만"
최근 자영업자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은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가계대출을 제한당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대출을 함부로 줄일 수도 없어 고민만 커지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자영업자대출 총액은 1조3560억 원이다. 전년동기(9870억 원) 대비 37.4% 급증했다.
이 기간 자영업자 대출 총액이 2.4% 증가했음에도 연체액이 크게 늘어난 건 연체율이 뛴 탓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년동기(0.31%)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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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자대출 부실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PI뉴스 자료사진] |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호흡기' 제거, 고금리, 경기침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정부는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수백 조 규모의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혜택을 제공했다. 6개월 단위로 거듭 연장되던 혜택은 엔데믹에 접어든 후인 지난해 9월 말 종료됐다.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둔 데다 혜택 종료 후에도 정부가 다양한 지원 안을 내놓았지만 코로나 호흡기를 떼자마자 자영업자들은 대번에 위기로 몰렸다. 작년 문을 닫은 외식업체는 17만6000여 곳으로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자영업자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예상보다 오래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도 크다.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은 점도 악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외식업체,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의 대출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 갑갑한 점은 자영업자대출이 위험하다고 마냥 대출 문턱을 높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대형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0%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목표를 세워 압박하고 있다. 반면 기업대출, 특히 자영업자대출은 장려하고 있다.
정부 시책에 따라 KB·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최근 자영업자대출 증가율은 대체로 가계대출을 능가했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89조6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3.0%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은 4.1%, 가계대출은 1.4% 늘었다. 하나은행 자영업자대출 증가율은 2.0%, 가계대출은 0.9%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1년 새 자영업자대출이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2.2%)뿐이었다. 우리은행 가계대출은 4.0%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가계대출은 자영업자대출보다 건전하다"며 "금융당국의 눈초리만 아니면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취급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년동월(0.39%) 대비 0.22%포인트 올랐다. 2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년동월(0.32%)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오름세이나 자영업자대출 연체율보다는 훨씬 낮다. 주담대는 주택이란 담보가 확실해 은행이 더욱 선호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눈초리가 매서우니 은행이 가계대출을 함부로 늘릴 순 없다. 그런 상황이라 자영업자대출을 마냥 축소하기도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의 70% 이상이 중소기업대출이고 중소기업대출의 태반이 자영업자대출"이라며 "가계대출이 막힌 이상 자영업자대출을 함부로 줄이기도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대출을 갑자기 큰 폭으로 축소하면 자산을 운용할 곳이 없어 은행 경영에 애로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자영업자대출 부실은 점점 더 심해질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리스크관리에 힘을 주면서 경기가 나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한계가 뚜렷하겠지만 그 외엔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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